서론
1 연구의 필요성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는 병원체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Coronavirus-2 (SARS-CoV-2)에 의한 호흡기계 감염병으로,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해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전파되면서 2022년 5월 현재 약 519,105,112명의 감염 환자와 약 6,266,324명의 사망자를 야기했다[1]. 국내에서도 약 17,795,357명의 감염 환자와 약 23,744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2]. 이렇듯 COVID-19의 세계적 유행이 2년 이상 지속되면서 감염과 관련된 신체적 증상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겪는 정서적 영향에 관한 관심이 국내외적으로 증대되고 있다[3].
낙인(Stigma)은 사회구성원들이 정상이라고 정의한 기준에서 벗어날 때 야기되는 고정관념, 차별, 저평가 등으로[4], 질병의 발생으로 인한 낙인은 건강행동과 사회적 적응을 방해하여 더 심각한 신체 ․ 정신적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5]. 낙인은 크게 사회적 낙인(public stigma)과 자기 낙인(self-stigma)으로 구분할 수 있다[6]. 이중 사회적 낙인은 사회의 기준에서 벗어나 붙여진 꼬리표로 구성원으로 하여금 대상에 대한 거부, 고립, 평가절하를 초래하는 사회적 구조이다[5]. 이는 개인에게 낙인을 내면화시켜 자기 낙인을 형성하고, 자기 낙인은 대상자의 회복과 사회 복귀를 저해하여 궁극적으로 삶의 질을 저해한다[6]. 낙인은 주로 가족, 동료, 건강관리 제공자 등 동일 지역사회 내 구성원과의 관계에서 인식하게 되고, 그로 인해 초래되는 사회적 고립, 경제적 손실, 질병 은폐, 치료 지연 등은 대상자들의 부정적인 건강 결과를 초래한다[7]. 더욱이, COVID-19는 초기에 질병에 대해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아 이로 인한 두려움 및 혼란이 가중되었다[7]. 또한 폐쇄로 인한 불안, 잘못 알려진 사실들, 감염에 대한 두려움은 지역사회에서 마녀사냥의 모습을 보이며 전 세계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에 대한 차별과 공격, 낙인을 부추겼다[8].
COVID-19 감염 예방을 위해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 격리 치료 등의 관리지침은[2,7] 낙인을 형성하는 또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하였다[9]. Sahoo 등[10]은 COVID-19 감염 환자는 격리로 인해 급성 스트레스, 죄책감, 수치심, 자신을 향한 분노 등을 경험하면서 정신건강에 큰 피해를 본다고 하였다. 또한 이들은 퇴원 후에도 지인으로부터 거부를 경험하면서 사회활동이 줄고, 직장으로 복귀하지 못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다[11]. 국내에서는 메르스 사태 이후 신종감염병의 확산 방지 목적에서 마련된 감염 확진자의 동선 공개에 대한 법적 근거를 통해 COVID-19 감염 환자의 동선을 공개하였다[12]. 그러나 이는 개인정보 및 사생활 침해에 대한 문제를 야기하였고, 그로 인한 2차 피해도 발생하였다. 동선이 공개되면서 감염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활보했다는 비판, 직업에 대한 비판적 여론몰이, 나이롱 환자라는 의심 등 감염 환자에 대한 비난이 이어졌다[13]. 또 감염 환자가 다녀간 식당가나 상가는 방역이 완료되었다는 안내문을 붙여도 대중이 해당 시설을 이용하지 않아 그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속출하였다[14].
국내에서는 COVID-19 관련해 초기 자가격리자에 대한 정신건강[3,20], 퇴원 후 심리적 상태[21]를 측정하는 연구가 이루어지기는 하였으나, 이는 측정도구를 적용해 낙인을 점수화하거나[20,21], 문헌고찰 방법을 통해 포괄적으로 설명하여[3] COVID-19 감염자가 경험하는 낙인을 이해하고 개인적, 사회적 관점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제한된다. 비교적 질병 초기부터 많은 감염자가 발생했던 국외에서는 양적연구방법과 더불어 질적연구방법을 통해 COVID-19 감염자들의 경험을 이해하고자 하는 연구들이 시도되었다. 인도에서는 초기 COVID-19 발병 당시, 입원 환자들이 고립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 낙인,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병동뿐만 아니라 검사장소에서부터 정신 건강전문가를 활용해 환자들의 포괄적 심리적 경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하였다[10]. 중국에서 이루어진 연구 또한 COVID-19 감염자들이 질병 초기부터 부정적 감정, 무분별한 정보공개로 인한 낙인과 차별에 직면하거나 그에 대해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하였다[15,16]. 핀란드와 이란에서도 COVID-19 감염자가 격리로 인해 자기 낙인, 사회적 낙인, 건강문제에 직면하면서 이로 인한 다양한 심리적 경험과 부정적 정서에 힘들어한다고 하였다[17,18]. 현재까지 연구된 국외 질적연구를 종합해보면, COVID-19 감염자들은 낙인을 경험하고 있으며 연구자들은 이들을 위한 지원전략과 전문가 개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더불어 Miconi [19]는 COVID-19 관련 연구가 상당히 이루어졌으나 정신건강은 사회경제적인 지위, 민족 문화적인 그룹에 따라 심리적 고통이 다르기에 문화적 민감성을 반영할 수 있는 다양한 연구들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국내 COVID-19 감염자들의 낙인 경험을 이해하기 위해 이들이 경험하는 낙인의 의미를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경험적 체험에 관한 연구에 적합한 Colaizzi의 현상학적 방법을 적용하여 COVID-19 감염자가 치료과정 동안 사회로부터 받는 혹은 내면화하여 스스로 인식하는 낙인에 대해 경험의 주체로서 갖는 실존적 의미를 탐색하고자 한다[22]. 또한 팬데믹 상황에서 COVID-19 감염자들이 경험한 낙인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통해 COVID-19 감염자를 간호하는 간호사로 하여금 이들의 낙인을 감소시켜 그로 인한 건강 및 일상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별적 맞춤형 간호중재의 적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시키고자 한다. 더불어 이를 위한 치료적 프로토콜 개발의 필요성을 시사하고자 한다.
연구방법
2 연구참여자
본 연구의 참여자는 국내에 거주하는 내국인 중 진단검사를 통해 COVID-19 병원체 감염이 확인된 만 19세 이상의 성인으로, 생활치료센터, 지정 병원 또는 자택에서 일정 기간의 격리 치료를 시행했던 이들을 대상으로 하였다. 심층면담에 앞서 COVID-19 감염자가 겪은 심리적 경험을 확인하기 위해 대중매체를 통해 COVID-19 감염자임을 밝힌 이들을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와 개인 메일을 통해 개별적으로 접근하여 3명의 COVID-19 감염자를 대상으로 사전 조사를 시행하였다[23]. 이후 심층면담을 위한 참여자는 블로그, 지역 카페 게시판, 학교 게시판 등 온라인 매체를 통한 공고문 게시와 연구 주제와 부합되는 특성을 가진 대상자를 다른 사람의 추천을 받아 참여자로 선정하는 의도적 눈덩이 표본추출 방법으로[24] 모집하였고, 총 15명이 모집되었다. 연구자들은 면담에 앞서 모집된 이들과 전화 혹은 인터넷 매체를 통해 사전 만남을 시행하였다. 본 연구의 목적과 방법을 이해하고 연구참여에 자발적으로 동의한 이들을 대상으로 심층면담을 진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6명의 참여자가 심층 면담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을 호소하며 연구참여에 부동의 하여 심층면담에서 제외되었다. 질적연구에서 연구참여자의 수는 자료의 포화가 이루어지는 시점까지 포함하므로[25], 이에 본 연구에서도 자료의 포화 시점까지를 참여자 모집 시점으로 하여, 총 9명의 참여자가 선정되었다.
3 윤리적 고려
본 연구는 참여자의 권리 및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전북대학교 기관생명윤리위원회의 승인(JBNU2021-02-021-001)을 받았다. 또한 연구자들은 면담 시행 전 참여자에게 연구의 목적 및 필요성, 방법, 면담 내용 녹화 및 녹음, 연구 후 자료 폐기 등에 관해 설명하였고, 서면화된 연구 설명문을 제공하였다. 자료분석의 마지막 단계에서 참여자에게 분석결과를 확인하도록 하였으며, 개인을 특정화할 수 있는 내용은 분석 자료에서 배제하였다. 면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면담 중 감정의 회상으로 인한 불안감, 두려움, 분노 등의 유발로 참여자가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에는 언제든지 면담 내용을 철회하거나 면담을 중단할 수 있음을 참여자에게 설명하였다. 또한 참여자가 원하는 경우 연구자 중 포함된 정신전문간호사를 통해 전문적 정신상담센터에 연계할 수 있음을 충분히 설명하였다. 녹화 및 녹음, 필사된 자료는 암호화하여 보관하며, 연구 종료 즉시 폐기된다는 것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였다.
4 자료수집
본 연구자들은 문헌고찰[4-8,10-18,20,21]을 토대로 사전 조사를 시행하였다. 이를 위해 자신이 COVID-19 감염자임을 밝힌 3인에게 SNS, 개인 메일을 통해 개별적으로 접근하여 참여 동의를 얻었다. 사전 조사는 2020년 11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진행되었다. 화상회의를 통한 면담 방식으로 사전 조사를 실시하였으며, 참여자를 통해 낙인을 “ COVID-19 감염 확진 후 경험하는 사회적 낙인 및 자기 낙인, 즉 타인으로부터 혹은 스스로 인식하는 부정적 감정, 평가절하, 사회적 차별, 고립”으로 정의하였다. 연구의 질문지 구성은 사전 조사 시 조사에 참여했던 이들의 경험과 COVID-19의 방역지침들을 근거로 질문지를 구성하였다. 본 연구의 참여자에게 ‘ COVID-19 감염 사실에 대한 주변 반응을 접했을 때 기분이 어떠하셨나요?’, ‘감염 사실 확인 시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확진 후 이동 경로 등 개인정보가 노출되었을 때 어떠하셨나요?’, ‘회복 후 일상은 어떠하셨나요?’ 등을 질문하였다.
본 조사를 위한 자료수집은 2021년 3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블로그, 지역 카페 게시판, 학교 게시판 등 온라인 매체를 통한 공고문 게시와 연구 주제와 부합되는 특성을 가진 대상자를 다른 사람의 추천을 받아 참여자로 선정하는 의도적 눈덩이 표본추출 방법으로[24] 모집하여 개별 심층면담을 통해 이루어졌다. 면담은 참여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이루어졌다. 다만, COVID-19 상황으로 인해 대면 접촉이 제한되어 참여자와 연구자 간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인터넷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1차 자료수집은 1시간에서 1시간 30분가량 소요되었으며, 참여자의 동의하에 녹화와 녹음을 통해 자료를 기록하였다. 면담 질문은 반구조적이며 개방적 형태로 이루어졌으며, 참여자가 자신의 경험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참여자의 확인이나 의미의 명료화가 필요한 내용은 재질문을 통해 확인하였고, 필요시 추가 면담을 시행하였다. 면담에서 참여자들에게 같은 내용의 답변이 반복되고 새로운 내용이 도출되지 않는 이론적 포화상태까지 면담을 진행하였다. 면담 후에는 면담에 참여한 연구자들이 녹화 및 녹음된 자료를 통해 참여자가 사용한 언어를 그대로 필사하였다. 또한 참여자의 표정, 손짓 등 비언어적 표현을 노트화하여 분석에 참고하였다.
5 자료분석
Colaizzi [22]가 제시한 자료분석방법을 근거로 자료를 분석하였다. 질적 분석을 위해 면담자료는 참여자의 동의를 받아 모두 녹음하였으며, 면담 과정에서 면담 내용을 메모하고 기록지에 작성 후 면담 종료 직후 연구자들이 모여 면담자료를 전사하였다. 이후 면담 중 연구자가 기록한 메모와 필사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읽고 필요한 경우 녹음 내용을 확인하여 COVID-19 감염자의 낙인 경험에 대해 전체적으로 이해하였다. 연구자는 매 참여자의 면담 직후 위의 과정을 반복하며 참여자의 구술 내용 중 COVID-19 감염자의 낙인 경험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구절이나 문장에 밑줄을 그어 의미 있는 진술을 파악하고 진술을 도출하였다. 참여자의 의미 있는 진술을 숙고하여 보다 일반적인 형태로 재진술 하는 과정을 거치며 그에 담긴 의미를 도출 후 연구자의 언어로 구성하였다. 모아진 자료를 토대로 연구참여자별 목록화 내용을 토대로 재 목록화 과정을 위해 중첩적으로 진행하며 맥락적 의미가 유사한 것끼리 묶어 주제를 도출하였다. 반복과정을 통해 얻어진 결과를 연구자의 편견을 줄이기 위해 모든 참여자의 구술 자료를 재확인하여 자료의 타당도를 확보하고자 노력하였다. 주제 도출 이후, COVID-19 감염자의 낙인 경험과 관련지어 기술함으로써 주제에 대해 통합적으로 설명하고자 하였다. 이 과정에서 질적연구에 경험이 많은 간호학 교수로부터 자문을 받았다. 연구자들은 최종적으로 COVID -19 감염자의 낙인 경험에 대한 기본적인 구조를 명확하게 기술하기 위해 주제의 공통적 요소를 통합해 6개의 주제 모음을 도출해 기술하였다. 마지막으로 COVID-19 감염자의 낙인 경험에 대한 본질적 구조의 타당성을 확인하기 위해 참여자에게 연구자가 분석한 내용이 참여자가 표현하고자 했던 의미나 경험과 일치하는지 확인하였다.
6 연구의 엄격성 확보와 연구자의 준비
본 연구에서는 Guba와 Lincoln [26]의 사실적 가치, 일관성, 적용 가능성, 중립성의 기준에 따라 연구의 타당성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사실적 가치를 위해 COVID-19 감염자가 자신의 생생하고 풍부한 경험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도록 참여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선택해 면담을 시행하였고, 참여자와 면담 시 적극적인 경청 태도로 연구자와 참여자 간 신뢰를 형성하였다. 면담 종료 후에는 녹화와 녹음된 면담자료를 반복 청취하여 즉시 필사하였으며, 자료가 누락되지 않도록 노력하였다. 또한 연구자가 필사한 내용과 분석한 결과를 참여자에게 확인받는 과정을 통해 참여자들의 경험을 연구에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 검증하였다.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 진행 과정 동안 연구 질문을 지속해서 생각하면서 자료수집과 분석을 진행하였다. 그리고 자료분석과정에서 질적연구 경험이 풍부한 간호학 교수 1인으로부터 개념과 범주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다. 적용 가능성 확보를 위해 COVID-19을 확진 받고 질병 과정의 경험이 있으나 본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던 대상자를 눈덩이 표집 방법을 통해 확보하여, 본 연구의 분석 결과를 제공하고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의미 있는 기술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중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자료수집 및 분석 후 연구 일지를 작성하여 연구자의 주관적 생각이 자료분석과정에 개입되지 않도록 노력하였다.
본 연구에 참여한 연구자들은 박사과정 중 질적 간호 연구 과목을 이수하여 질적연구방법에 관한 지식을 축적하였으며, 다수의 관련 서적 및 논문을 다각적으로 고찰하고 철학적 배경을 이해하고자 관련 강연에 참석하는 등 질적연구에 관한 역량을 기르기 위해 노력하였다. 또한 연구 진행 중에도 질적연구 경험이 풍부한 간호학 교수 1인과의 지속적 토의를 통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자 하였다.
연구결과
연구에 참여한 총 9명의 참여자 중 남성은 3명, 여성은 6명이었고, 이들의 연령은 20대 3명, 30대 4명, 50대 2명이었다. 참여자 중 6명은 일정 기관에 소속된 직장인이었고, 2명은 학생이었으며, 1명은 활발한 사회생활을 하는 주부였다. 이들 중 5명은 기혼 상태로 배우자와 자녀가 있었고, 4명은 미혼이었다. 확진 시기는 다양하였으며, 대체로 2020년 10월 이후에 확진되었던 참여자들의 격리기간은 2주 정도였다(Table 1).
Table 1
본 연구에서 국내 COVID-19 감염자의 낙인 경험에 대한 참여자의 구술을 분석한 결과 14개의 주제가 도출되었으며 이는 다시 6개의 주제 모음으로 범주화하였다(Table 2).
Table 2
주제모음 1: 코로나바이러스 자체가 되어버린 나
이 주제 모음은 참여자들이 COVID-19 감염 확진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자신을 바이러스 전파자로서 인식하는 경험의 의미를 담고 있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안위보다 자신으로 인해 타인이 받게 될 피해에 대한 두려움과 죄책감을 가장 먼저 경험했다. COVID-19의 높은 전염성으로 인해 자신이 타인의 건강 및 일상을 위협하는 존재가 된다는 것에 상당한 부담감을 느껴 마치 자신이 코로나바이러스 자체가 되어버린 것처럼 인식하였다. 더불어 자신과 접촉한 후 자가격리를 하게 된 주변 사람들이 받은 정서적, 물질적 피해를 걱정하며 상당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마음이 편치 못함을 표현하였다.
1) 나도 모르게 만들 감염이 두려움
참여자들은 자신이 가족, 동료 등 타인에게 코로나바이러스를 전파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어 불안해하였으며, 확진 이후 한동안 감염 환자 발생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자신으로 인한 감염일까 걱정스러워 마음을 졸였다고 진술하였다. 자신으로 인해 가족 혹은 지인이 감염 환자가 되어 겪게 될 고통과 타인에게 질병을 전파시켜 받게 될 원망에 대한 두려움의 의미를 내포하였다.
주제모음 2: 나를 지키기 위한 필사적인 방어
이 주제 모음은 참여자들이 감염 사실을 부정하고, 은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감염 사실 인지 직후, 이전에 가지고 있던 COVID-19 감염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자신이 그러한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혼란스러움을 초래했다. 동시에 자신 역시 피해자라고 인식하였다. 또한 참여자들은 회복된 이후까지도 타인으로부터 받는 질타와 시선이 두려워 감염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비 감염인처럼 보이고자 하였다.
1) 감염 사실을 수용하기 어려움
다수의 참여자가 COVID-19 감염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하였다. 특히, 평소 자신의 건강 상태나 방역지침 준수에 자신감을 갖는 참여자의 경우에는 확진 통보 후 마음이 혼란하여 2주가 지난 퇴원 시까지도 감염 사실을 인정하지 못했다고 표현하였다. 참여자들은 진단 초기에 자신의 증상을 흔한 감기 증상의 하나라고 치부하거나 검사 결과 자체를 신뢰하지 못했다고 진술하였다. 참여자들에게 감염 사실의 인정은 감염자로서 겪게 될 죄책감, 사회적 질타, 편견 등의 심리적 고통과 사회적 시선까지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2) 나도 그저 피해자
참여자들은 자신의 잘못으로 인한 감염이 아닌 자신 또한 누군가에 의한 피해자임을 강조하였다. 참여자 중 다수는 무증상 확진자들이 대거 발생하는 시기에 확진되어 감염 경로가 정확하지 않았고, 가족 간의 전파로 감염된 경우에는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참여자들은 타인에게 받게 될 책망과 비난에서 벗어나고자 하였다.
3) 확진 사실을 숨김
참여자들은 연일 보도되는 뉴스 등 매체를 통해 COVID-19 감염자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과 이탈적 존재로 보는 태도를 자각하고 있어 이를 피하고자 하였으며 감염 사실을 자신의 약점으로 여겼다. 그로 인해 타인으로부터 받게 될 차별과 같은 이차적 피해를 걱정해 감염 사실을 숨기고자 하였으며, 이는 퇴원 이후까지 지속되었다.
주제모음 3: 스스로를 향한 손가락질
이 주제 모음은 참여자들이 COVID-19 감염자에 대한 사회의 낙인을 내면화시켜 자신에 대한 평가를 낮춰 스스로 위축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사회구성원으로서 자신이 가졌던 감염 환자에 대한 부정적 관점으로 자신을 평가했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깨뜨리고 타인의 비난을 감수하면서 주눅이 드는 경험을 했다고 진술했다. COVID-19로 인한 사회적 불안감이 장기화될수록 사회구성원들 간에 질병 자체보다는 감염 환자를 탓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참여자들은 자괴감에 시달렸다.
1) 땅에 떨어진 자존감
참여자들은 격리 치료를 위해 병원으로 향하는 동안 본인의 상황을 당시 화창했던 날씨와 대조해 비관적으로 ‘끌려간다, 팔려간다’ 등으로 표현하기도 하였다. 갑작스럽게 일상이 정지되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되면서 감염자로서 마주할 이후의 상황들을 헤아리며 자존감이 낮아졌다고 진술하였다.
어쨌든 걸린 사람 탓이잖아요. 사람들도 무조건 걸린 사람 탓을 할 거예요. 저도 계속 속으로 ‘어쨌든 내 탓이다. 누가 뭐라 해도 이건 내 탓이다’ 그랬던 것 같아요.(참여자 6)
계속 그런 것 같아요. 뭔가 당당하지가 못해요. 원래는 전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었는데, 제 스스로 누군가를 만날 때도 뭔가 변명을 하게 되고 불안해요.(참여자 8)
2) 타인의 눈치를 살피며 부정을 수긍함
자존감 저하는 참여자에게 피해의식, 열등감을 형성하여 타인의 눈치를 보며 과민하게 행동하게 했다. 단체 활동을 하는 참여자의 경우 자신으로 인해 동료들이 피해를 본다는 죄책감으로 타인과의 관계 시 움츠러들었으며 자신을 비하하는 상대의 표현을 통해 스스로를 재평가함으로써 더욱 위축되었다. 일상적 대화에서도 이를 부정적으로 재해석하는 모습을 보였다.
퇴원하고 한 달 뒤에 학교에 갔는데 친구들이 괜히 싫어할까봐 눈치를 봤던 것 같아요. 얼굴만 알거나 친하지 않은 애들은 동선만 보고 이상하게 알고 있는 게 많으니까 많이 움츠러들고.(참여자 1)
사실 코로나 때문에 받아주는 현장이 없어요. 같이 현장에 나갔던 직원들도 저 때문에 강제로 잘린 거 같아서 저는 괜히 눈치 보고. 거기 직원이 “괜히 받아줬다가 똥 밟는 거다” 이렇게 말했는데, 순간 그때는 ‘내가 똥이다’라는 생각에 힘들었어요.(참여자 9)
주제모음 4: 공익의 희생양
이 주제 모음은 COVID-19 감염자인 참여자들이 전파 방지 목적에서 감염 환자의 동선을 공개하는 정부 시책으로 인해 겪은 정서적 부담감에 관한 것이다.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타의에 의해 정보가 노출되면서 사회구성원들의 이목이 자신에게 집중되는 것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을 느꼈다. 또한 그로 인해 겪게 될 지인 혹은 제3자로부터의 비난과 그들의 부정적 언행에 대해 근심하였으며, 우려하던 일을 현실에서 마주하면서 분개하는 경험을 하였다.
1) 노출에 대한 불안감
참여자들은 공개된 정보들로 인해 자신이 특정화되어 누군가에게 노출되는 것에 불안해하였다. 공개된 동선을 통해 유추 가능한 추가 정보들은 참여자가 COVID-19 감염자라는 사실을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해 참여자에게 지인 혹은 누군가로부터 거리낌의 대상이 되거나 지탄을 받게 될까 노심초사하는 경험을 하게 했다.
2) 이성과 감정의 충돌
참여자들은 사회구성원으로서 동선 공개에 대한 양가감정을 경험하였다. 정보공개가 다수의 안전을 위한 예방 시책으로 부득 이하게 필요했다고 이성적으로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러한 과정에서 자신이 낙인의 대상으로 지목될 수 있다는 사실에 그들의 권리를 침해받았다고 느꼈다. 더욱이 누군가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거나 모욕적 언행을 경험한 경우에는 공공의 안위보다는 자신이 받은 피해에 격분하였다. 참여자들은 동선 공개가 그들에게 감염자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이는 회복 후에도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상당수의 참여자가 동선 조사과정에서 자신이 감염자가 아닌 위법행위를 낱낱이 밝혀야 하는 죄인의 취급을 받는 듯한 경험을 했다고 표현하였다.
주제모음 5: 사회적 편견이 만든 후유증
이 주제 모음은 사회구성원들이 COVID-19 감염자에 대해 갖는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방어적 태도와 비뚤어진 인식이 야기한 참여자들의 내적 갈등의 의미를 내포한다. 참여자들은 감염 초기에 형성된 부정적인 사회적 분위기가 초래한 왜곡된 인식과 방어적 태도로 인해 신체적 혹은 심리사회적 고통을 경험했다고 구술했다.
1) 주변의 방어적 태도로 인한 마음의 상처
참여자들은 감염 사실만으로 그들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이들로 인해 다양한 심리사회적 반응을 경험하였다. 퇴원 후에도 주변의 부정적 시선과 언행으로 인해 우울감, 서운함, 자괴감, 무력감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겪어야 했다. 참여자들은 자신을 꺼리는 타인의 행동을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로 인해 부정적 감정을 느낀다고 표현하여 낙인으로 인한 양가감정을 드러냈다.
2) 동일한 굴레가 씌워진 가족
참여자들은 가족이 COVID-19에 감염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감염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같은 굴레가 씌워져 타인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했다고 진술하였다. 감염자의 가족으로 사회적 가십거리가 된다는 것에 불안해하였고 사회적 낙인을 경험하는 가족에 대해 미안함을 호소하였다.
주제모음 6: 고립된 외톨이
이 주제 모음은 참여자들이 경험하는 사회적 배척에 의한 혹은 스스로 선택한 고립에 관한 것이다. 사회구성원들은 COVID-19 감염자를 사회적으로 허용된 정상 기준에서 벗어난 집단으로 규정해 그들과 거리를 두고 관계 형성을 기피하였다. 이로 인해 감염 이전에 누리던 일상의 사회활동 및 대인관계에서 이탈된 참여자들은 사회의 이방인으로 소외감, 고립감, 박탈감 등을 경험했다고 하였다. 더러는 선입견으로 자신을 주변과 다르게 대하는 타인의 언행이나 자신으로 인한 누군가의 피해가 두려워 사회적 관계를 피하며 외톨이를 자처하기도 하였다.
1) 사회적 기피로 느낀 소외감
사회적으로 형성된 구성원들의 고착화된 관념과 편견에서 말미암은 참여자들의 타의적 고립의 의미를 담고 있다. 참여자들은 COVID-19 감염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퇴원 이후의 사회활동에 제약이 발생했고, 학업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까지 야기했다. 이는 감염 이전 삶으로의 복귀를 저해하여 참여자들의 삶을 정상 궤도에서 벗어나게 함으로써 정서적 스트레스를 유발했다.
2) 스스로를 고립시킴
COVID-19 감염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내면화하여 경험한 참여자들의 자의적 고립을 의미한다. 참여자들은 감염 환자에 대한 낙인으로 인해 사회적 관계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타인의 기피 대상이 된다는 것에 상당한 부담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의 감염원이 되거나 타인에게 불안감을 유발해 피해를 줄 수 있어 사회활동을 꺼리게 되었다. 참여자들은 사회적 차별에 대한 우려와 타인의 피해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발적으로 외톨이가 됨으로써 심리적 부담을 덜고자 하였다.
병원에서는 퇴원 후에 그냥 하루만 돌아다니지 말고 그 뒤에는 정상생활을 하면 된다고 했는데 제가 친구들도 잘 안 만나고 했던 것 같아요. 음성 결과를 받고 퇴원한 게 아니다 보니 혹시 또 모르니까요. 위염 증상이 있는데도 집 근처 병원에도 못 갔어요.(참여자 1)
논의
본 연구는 국내 COVID-19 감염자의 낙인 경험을 이해하고자 수행되었다. COVID-19 감염자라는 이유로 직면하는 낙인은 치료과정과 이후 일상에까지 지속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7], 이에 대한 대처방안 모색에 앞서 환자의 관점에서 그들이 경험한 낙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본 연구의 참여자들이 경험한 낙인은 ‘코로나바이러스 자체가 되어버린 나’, ‘나를 지키기 위한 필사적인 방어’, ‘스스로를 향한 손가락질’, ‘공익의 희생양’, ‘사회적 편견이 만든 후유증’, ‘고립된 외톨이’라는 6개의 주제 모음으로 도출되었다.
COVID-19과 같은 전염성 병원체에 감염된 자들이 경험하는 낙인의 속성에는 두려움이 포함된다[27]. 질병의 특성, 즉 타인으로의 전염, 눈에 보이지 않고 예측할 수 없다는 것에서 오는 감염의 임박한 위험성, 질병의 종식 이전까지 지속되는 감염 가능성은 사회적으로 두려움과 불안을 형성한다[27]. 여기에 관련 지식이 불충분한 새로운 질병에 대한 불확실성과 미디어 매체를 통한 빠른 정보의 확산은 혼란스러움을 더해 COVID-19 관련 낙인을 초래했다[7,11]. 본 연구의 참여자들이 경험한 낙인 역시 자신으로 인해 가족 등 타인이 감염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시작되었다. COVID-19 감염자들이 겪은 질병의 심리적 영향을 연구했던 국외 선행연구에서도 대상자들은 주변으로의 감염 전파를 두려워했던 것으로 나타나 본 연구결과와 일맥상통하였다[17,18]. 또한 감염 환자들은 바이러스의 희생자인 동시에 전파자로 의도하지 않은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어 감염 사실만으로 타인으로부터 책망받게 되는데[28], 본 연구의 참여자들 역시 이를 걱정하였다. COVID-19 감염자들의 두려움은 질병의 빠른 전염력으로 인해 자신이 수많은 안면부지의 사람들을 감염시킨 가해자일 수 있다는 불안과 그로 인해 받게 될 숱한 원망에 대한 우려에서 기인한 것으로 여겨진다. 투병과 격리 생활로 인해 답답함보다 자신으로 인해 자가 격리된 이들의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마음 졸였던 시간이 더 힘든 순간이었다고 표현하며, 자신이 그들의 일상을 강제로 중단시켜 경제적 혹은 정서적 피해를 줬다는 죄책감에 한동안 힘들었다고 진술하였다. 공중보건 차원에서 접촉자를 격리 및 관리하는 지침은 질병의 전파를 차단하는 것에 있어서는 효과적이나 그러한 행위의 책임 소재를 감염 환자 개인에게 전가시켜 낙인을 형성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29]. 접촉자 관리지침이 공공의 건강을 위한 국가 차원의 정책임을 상기시키고, 접촉자 관리 시 개인 단위보다는 공간 단위의 출처 관리, 즉 감염 환자 누구의 접촉자가 아닌 어느 장소의 노출자로 관리하는 것이 낙인을 감소시키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참여자들은 진단검사를 통해 COVID-19 감염 사실을 확인 후에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했다. 초기에는 감염 사실을 단순히 부정하는 것을 넘어서 그 사실 자체를 인정하는 것이 두렵고 힘든 일이었다고 표현하기도 하였다. Sun 등[15]의 연구에서도 초기 COVID-19의 확진을 받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동시에 입원과 격리 치료를 해야 하는 것에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으로는 자신 또한 이전 감염자의 부주의로 인해 피해를 보았다고 간주하며 주변의 특정 대상 혹은 제3의 누군가를 원망했다. 국외 선행연구에서도 감염에 책임이 있다고 보이는 누군가에 대한 원망을 표출하여[18] 본 연구에서와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이는 감염을 자신이 통제하기 어려운 부득이한 피해로 간주하고 낙인의 형성 요인 중 하나인 책임을[6] 누군가에게 전가함으로써 낙인에 대한 부담을 덜고자 하는 참여자의 심리적 방어기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된다. 감염 이전의 경험과 사회적 관계 속에서 이미 COVID-19 감염자에 대한 부정적이고 기피적인 반응들을 인지하여 자신의 감염 사실을 의도적으로 감추었다. 전염력이 소실되고 증상도 회복되었지만 COVID-19 감염 사실은 현재 진행되는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고 느꼈고, 그로 인해 사실 공개 시 뒤따를 차별과 혐오적 시선을 감염 사실의 비공개 이유로 설명하였다. Sun 등[16]과 Lohiniva 등[17]의 연구에서도 COVID-19 감염자들은 질병이 공개 될 경우 대중에 의해 소외되고 집주인에 의해 쫓겨나거나, 회사에서 사직할 것을 권유당하는 등 동일한 이유로 감염 사실을 숨겨 본 연구의 결과와 일치하였다. 이는 사회구성원들 사이에 COVID-19에 대한 낙인이 팽배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낙인은 질병에 대한 위험 인식이 선행되어 형성된 부정적 감정으로[6] 전파경로, 전파 가능 기간 등 정확한 정보의 제공이 지나친 위험 인식을 줄임으로써 낙인을 낮추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참여자들은 COVID-19 감염자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내면화하여 그와 동일한 시각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스스로 위축되는 경험을 하였다. COVID-19의 확산에 따라 정부에서는 강제적 성격의 방역체계를 시행하여 감염 환자의 생활반경을 공적으로 제한하였고, 이는 감염 환자를 전파자로 부각시켜 낙인 형성에 기여하였다[29]. 격리시설로 가는 과정을 자신이 끌려가는 듯했다고 표현한 참여자의 진술을 통해 격리 치료 지침을 치료의 의미보다 사회적 단절과 분리 수용의 의미로 인지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감염 환자들은 공공의 이익이라는 정당화된 명목하에 자신의 권리를 침해받는 경험을 통해 자연스레 자신을 깎아내리고 탓하게 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더욱이 집단주의 성향이 상대적으로 강한 한국 사회에서는 사회적 관계에서 경험하는 타인의 관점이 자신에 대한 평가 시 중요한 역할을 하여[30] 낙인을 내면화하기 용이하며 그로 인해 자존감 저하 및 위축되는 경험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감염병에서 엄격한 통제와 격리 조치는 불가피한 선택이나, 이는 공공의 건강을 위한 선택임을 부각시키고 강제적 이행을 앞세우기보다 환자의 자발적 동의하에 이루어진다면 COVID-19 감염 환자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 인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참여자들의 낙인 경험 중 두드러진 점은 감염 환자의 동선 공개와 관련된 것이었다. 국내에서는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COVID-19 감염 환자의 동선 파악을 위해 개인정보, 신용카드 및 교통카드 사용명세, 진료기록 등을 요청할 수 있고 이동경로, 수단, 접촉자 현황 등을 정보통신망에 게재할 수 있다[12, 29]. 미국 등 개인주의 성향의 서구사회에서는 감염 환자의 정보공개가 인권침해라는 이유로 거부되나 집단의 이익을 우선하는 성향의 국내에서는 수용적 경향이 높아 정부의 동선 공개 제도가 큰 마찰 없이 시행되고 있다[31]. 그러나 이로 인해 참여자들은 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받았으며, 개인정보와 사생활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면서 무분별한 사회적 비난과 질타의 대상이 되었고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감내해야 했다. 또한 억측과 오해를 야기해 불필요한 불안을 조장하고 낙인을 심화시켜[29] 참여자들의 심리적 부담이 가중되었다. 최근에는 접촉자 관리를 위한 최소한의 정보만 한시적으로 공개되나 여전히 COVID-19 감염자들은 자신이 세상 밖으로 드러날까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공공의 건강을 위한 정책도 중요하나 감염 환자들이 받는 심리적 고통에 대해서도 헤아릴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감염병 위기에서 감염 환자들의 안위 역시 존중받을 수 있도록 국민의 알 권리와 정부의 규범적 권리 그리고 감염 환자의 정보인권 간에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추가적 대책의 시행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초기 COVID-19 감염은 특정 종교의 방역지침에 대한 비협조적 태도와 관련되어 지역사회로 빠르게 확산하였다. 이는 해당 종교에 대한 대중의 공분을 일으켜 감염이 환자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인한 결과라는 왜곡된 시선과 감염 환자를 으레 해당 종교와 관련짓는 부정적 선입견을 갖게 하였고 낙인 형성에 기여하였다[32]. 참여자들 역시 주변의 오해와 자신을 기피하는 반응에 답답함과 수치심 등 부정적 감정을 경험했고, 간혹 이러한 심리사회적 고통이 신체화되어 신체적 증상으로까지 이어지는 예도 있었다. 국외 선행연구의 COVID-19 감염자들 역시 본 연구의 참여자들과 유사하게 우울증, 불면증, 분노의 부정적 감정을 토로하였다[10,16,18]. 더욱이 COVID-19 감염자들이 경험하는 이러한 부정적 정서는 퇴원 후 상당 기간 이어지면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야기하여 회복을 저해한다[3,20,21]. 이는 이들이 겪는 낙인으로 인한 정서적 부담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국내에서도 COVID-19 감염자들을 대상으로 필요시 심리적 지원을 제공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있으나[33], 현재까지 체계적 심리적 지원은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감염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감염 확진 시부터 단계적으로 맞춤형 중재를 제공하는 방안이 이들이 낙인으로 인한 정서적 스트레스에 적절하게 대처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참여자들은 회복 이후에도 주변의 기피와 차별로 인해 감염 이전의 일상으로 복귀하지 못하거나 사회적 관계에서 어려움을 토로하였다. 타인과의 사회적 관계가 긍정적 정서 유발의 중요 요소인 한국 사회에서는[34] 이러한 경험이 감염자들에게 박탈감과 소외감을 느끼게 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국 사회는 집단에서의 관계 형성과 집단의 안정을 우선시하는 집단주의 성향이 강하고, 사회적 관계에서 타인의 정서나 분위기를 파악하고자 하는 눈치가 발달하여[35] 감염자 스스로 사회활동을 줄이고 자신을 고립시킬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은 감염자가 체감하는 낙인의 정도를 심화시켜 부정적 감정을 유발한다. 대중을 대상으로 일정 기간의 치료를 마친 감염 환자의 경우 감염력이 소실된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감염자가 사회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는 것이 감염 환자의 소외 경험을 줄이는 방안이 될 것이다.
현재 COVID-19 감염자의 증가로 이들에 대한 심리적 지원의 필요성을 보편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경험한 낙인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시기적절한 중재의 방향과 내용을 결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결과가 그에 대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으며, 더불어 COVID-19 감염자가 경험하는 낙인의 본질을 파악하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또한 이를 통해 ‘ COVID-19 감염자의 낙인’에 대한 개념 분석 연구와 이를 측정하기 위한 도구 혹은 낙인을 줄이기 위한 간호중재 개발 연구에 근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COVID-19 감염자가 경험하는 낙인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향후 발생 가능한 신종감염병 환자 간호 시 대책 마련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결론
본 연구는 국내 COVID-19 감염자가 경험한 낙인의 의미를 심층적으로 탐색하였다. 본 연구결과 COVID-19에 감염된 자들은 자신을 코로나바이러스 자체처럼 인식하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방어하면서도 감염자가 된 스스로에게 손가락질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공익을 위해 정보를 공개 당해 분했다. 사회적 편견으로 신체적 ․ 심리적 후유증을 겪었으며, 사회에 어울리지 못하고 고립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COVID-19 감염자들이 질병으로 인해 겪는 낙인의 경험은 하나의 개별적인 경험이 아닌 복합적인 원인과 결과를 보였으며 각 주제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본 연구의 결과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COVID-19 감염자 간호 시, 그리고 향후 집단 감염병 발현 시 환자들의 낙인을 감소시킬 수 있는 간호중재 프로그램의 개발과 이들의 낙인을 측정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하고 그 효과를 검증하는 후속 연구를 제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