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협력간호사의 역할갈등에 관한 연구
A Study on Role Conflict in Physician Assistant Nurses
Article information
Trans Abstract
Purpose
This study was a qualitative study done to investigate the experience of role conflict by physician assistant nurses.
Methods
The basis for this study was qualitative research using the phenomenological method. Research participants were 10 physician assistant nurses. Data collection methodology was in-depth interviews. The interviews were conducted 1 to 2 times and each interview lasted within the range of 45 minutes to 2 hours. The data collection and analysis were carried out simultaneously and the Colaizzi (1978) methodology was adopted for data analysis.
Results
The results showed 46 significant statements, 13 meaningful statements, 7 themes, and 3 clusters of themes. The 3 clusters of themes were: 'Identity conflict', 'Relationship role conflict' and 'Institutional role conflict'.
Conclusion
The findings from this study suggest that legal status guarantees have to be prepared in order to resolve the role conflict of physician assistant nurses.
서 론
1. 연구의 필요성
진료협력간호사(Physician Assistant, PA)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방송매체 등을 통해 흘러나온다[1]. 응급약물처방과 같은 대리처방과 수술 등 무면허의료행위의 불법성 문제가 국정감사에서도 계속 지적되고 있다. PA인력은 의료인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그 자체가 의료법 위반이므로 병원인증평가 시기에는 병원으로부터 휴가를 받는 등 유령취급을 당하기도 한다. 의료계는 오래전부터 PA제도 양성화에 대해 난색을 표하면서도 운영상의 필요에 의해 PA인력을 사용하고 간호사나 의사 모두 PA제도에 대해 이대로는 안된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해법은 여전히 난항이고 보건복지부는 우리나라에 존재하지 않는 제도임을 강조하고 있다[2].
PA (Physician Assistant)는 진료지원인력으로 의사의 책임 아래 의사의 업무를 일부 위임받아 진료보조를 수행하는 인력을 지칭한다[3]. 의사들의 어려운 전문과목 회피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외과계 전공의 지원 감소가 심해지고 이러한 전공의 확보율 부진은 현실적으로 진료협력간호사를 운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규정이나 제도가 마련되지 못한 상태로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PA간호사는 일반간호사들 중 선발되어 전공의 수급문제 해결을 위한 목적으로 전공의 대체 인력으로 활용되고 있다. PA간호사의 수는 지속적으로 가파른 증가[4]를 보이고 전공의들이 기대수입이 높고 위험부담이 적은 과목을 선호하면서 PA간호사는 의사들이 기피하는 과에 집중적으로 배치되고 있다[5]. 그러나 법적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PA간호사 업무 혼재는 의료종사자 뿐 아니라 의료소비자에게까지 심각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6].
우리나라의 PA간호사 제도는 다른 나라와는 다르게 외과계 전공의 지원 부족과 기피진료과에 대한 정책적인 제도 보완 등이 이루어지지 못한 문제로부터 기인한다[7].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서 의료를 담당해왔던 제대 군인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PA제도가 시작되었고, 제도 하에서 시행되는 PA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8]. 이들은 수술, 회진 참여, 입원 환자 돌봄 등 우리나라 PA간호사와 비슷한 일을 하는 데 다른 점은 이 모든 것에 대해 법적인 보호를 받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미 대부분의 병원에서 PA간호사가 활성화되어 있고 지속적인 증가추세를 보일 뿐 아니라 병원 운영상 PA제도가 불가피함을 인정하는데도 합법화에 대해서는 환자치료의 질적 저하를 이유로 반대하면서 노동력만을 원하는 모순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9].
이런 논란의 소용돌이 중심에 PA간호사들이 서있다. 최근 들어 문제가 제기된 PA간호사의 무면허의료행위에 대하여 보건복지부는 간호사 면허 범위 외 의료행위를 한 PA 간호사에 대해 엄벌 입장을 취하고 있다. PA간호사의 업무수행은 PA간호사의 자발적 요구가 아니라 전공의 수급불균형으로 인한 병원 운영의 원활화 방안으로 시행되는 형태이고[10], 병원의 필요에 따라 발령하는데 정작 문제가 생기면 불법의료행위를 한 PA간호사만의 문제로 귀결된다. PA간호사가 가진 불안과 갈등은 누구에게도 중요하지 않다. 의료행위의 실체적 내용에 관한 규정이 없으므로 PA간호사가 수행하는 업무에 대한 적법성 여부를 가늠할 수도 없어 PA간호사는 무면허 진료행위나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의 문제 앞에 늘 놓여있다. 하지만 PA간호사의 법적 문제에 대한 논의에 정작 PA간호사의 입장은 고려되지 않는다.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PA간호사가 배제된 해결방안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PA간호사의 역할갈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일 것으로 사료된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PA간호사들이 경험할 수 있는 역할갈등을 파악하고자 한다. PA간호사의 역할과 그에 따른 역할갈등에 대한 논의는 PA간호사의 역할에 대한 합의점 도출과 업무분담 과제 해결의 기초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상학적 연구는 경험되는 현상의 의미를 파악하고 그 의미를 밝히기 위한 가장 적합한 연구방법이다. 또한 연구자 자신과 연구참여자의 개인적 경험의 본질로 깊고 정확하게 다가갈 수 있다[11].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현상학적 연구방법을 통하여 PA간호사들이 경험하고 있는 실제적이고 잠재적인 역할갈등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고자 한다. 이를 토대로 PA간호사에 대한 법적 규정 마련 시 PA간호사의 갈등과 문제점 등을 고려한 PA간호사 제도 논의를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고자 한다.
2. 연구목적
본 연구의 문제는 ‘PA간호사가 경험하는 역할갈등은 무엇인가?’이다. 본 연구의 목적은 PA간호사의 역할갈등을 그들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PA간호사가 경험하는 역할갈등 현상의 의미에 따른 주제를 확인하고 기술하여 PA간호사를 위한 PA간호사제도 논의를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연구방법
1. 연구방법
본 연구는 PA간호사가 경험하는 역할갈등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위한 현상학적 연구이다.
2. 연구참여자
본 연구의 참여자는 간호사 국가고시에 합격하고 현재 임상현장에서 근무하는 PA간호사이다. 연구참여자 선정은 본 연구에 필요한 개념과 범주가 포화될 때까지 면접자료를 수집하는 방법을 택하였으며, 연구에 참여하기로 동의한 PA간호사로 선정하였는데 연구참여자들은 G시의 4개 병원에 근무하는 PA간호사로 총 10명이었다. 본 연구는 연구참여자를 윤리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자료수집 전에 C대학교 생명윤리심의위원회로부터 IRB 승인(승인번호: CCN-2015-6)을 받았다. 연구참여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연구의 목적과 방법을 설명한 후 이에 대한 동의를 얻었으며, 자료는 연구 이외에는 사용되지 않고 연구참여자의 개인적 비밀은 절대로 공개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였다. 면담내용은 녹음할 것임을 설명하고 녹음된 내용은 연구완료 후 폐기할 것과 면담이나 녹음은 원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설명하였다. 연구참여자가 설명한 내용을 이해했는지 재차 확인하고 심층면담을 시행하였다.
3. 자료수집 및 기간
자료수집 및 분석은 2016년 5월부터 2017년 7월까지 14개월에 걸쳐서 수행되었고 자료수집과 동시에 자료분석이 이루어졌다. 연구참여자의 허락 하에 녹음을 하였으며 녹음된 내용은 녹취록으로 작성하였다. 면담은 각 연구참여자마다 1~2회에 걸쳐 시행되었으며 병원 면담실과 학교, 커피숍 등에서 이루어졌다. 면담시간은 1시간에서 2시간 정도 소요되었고 면담 횟수는 1회로 하고 필요시 전화 등으로 2차 면담을 실시하였다. 반구조화된 질문과 개방적 질문으로 면담을 진행하였고 면담은 자료가 포화될 때까지 이루어졌다.
질적연구에 있어서 연구자는 자신이 연구의 도구이므로, 본 연구자는 질적연구 세미나 등 다양한 교육을 받았고 질적연구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하는 등 연구수행에 대한 수련과정을 통해 본 연구를 준비하였다.
본 연구의 자료수집은 연구참여자와의 면담과 면담 중의 관찰 등을 통해 이루어졌다. 심층면담의 내용은 연구참여자의 동의하에 녹취하였고, 연구참여자의 반응 등 관찰내용을 노트에 기록하고 연구자의 생각을 기록하였다. 연구자는 연구참여자로부터 자료를 수집하면서 현상학적 기술을 얻기 위해 연구자의 선입견 배제를 위한 현상학적 환원을 수행하였는데, 이것은 상호주관적으로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연구자는 우선 면담과정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PA간호사에 대한 선입견을 비판적 검토를 통해 판단 중지와 연구참여자가 PA간호사의 생활에서 체험하는 인식현상에 집중하였다. 본 연구에 사용된 질문은 ‘PA간호사가 경험하는 역할갈등은 무엇인가?’에 대한 개방형 질문이었다. 면담 후에 녹취된 내용을 반복하여 청취하면서 연구자가 연구참여자의 진술 내용을 필사하고, 자료 중 의미가 분명치 않은 내용은 추후 면담에서 상호 대화하여 이해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4. 자료분석
본 연구는 Colaizzi [12]가 제시한 현상학적 분석방법을 이용하여 면담한 자료를 분석하였다. Colaizzi의 분석방법은 연구참여자로부터 기술된 내용에서 의미있는 문장이나 구를 추출하고, 일반적이며 추상적인 진술을 만들어 의미를 구성하고 주제묶음으로 범주화한 뒤 경험의 본질적 구조를 기술하는 것이다. 연구참여자의 진술내용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하여 반복하여 읽고 녹음자료를 듣고 이해가 되지 않는 내용은 전화 등을 통해 연구참여자에게 확인하며 자료를 분석하였다. 다음 단계로 각 연구참여자의 진술내용에서 의미있는 문장을 선택하여 진술을 추출하였다. 의미있는 진술을 보다 추상적인 진술로 본질 인식을 재진술함으로써, 의미있는 진술에서 구체화된 의미를 주제로 추출하였다. 그리고 구성된 주제를 바탕으로 주제군을 정리하고 분석된 자료를 주제군에 따라 총체적으로 기술하였으며 연구참여자의 본래 뜻과 일치되는지를 확인하였다. 마지막으로, 선행단계에서 확인된 경험 현상의 공통적인 요소를 통합하여 본질적인 구조를 진술하였다. 본 연구자는 연구참여자 중 2명에게 면담 기록과 분석 결과를 읽어 주어 연구참여자가 진술한 내용과 일치하는지 검증을 받았다.
연구결과
1. 연구참여자의 일반적 특성
본 연구참여자는 총 10명으로 남자 3명 여자 7명이며 연령은 26~42세였고 평균연령은 31.2세였다. 연구참여자들의 결혼상태는 미혼 7명 결혼 3명이었고 학력은 전문대졸 5명, 대졸 4명 대학원 이상 1명이었다. 병원에서의 총 근무경력은 2년에서 14년으로 평균 근무경력은 5.4년이었고, PA간호사로 근무한 경력은 2년에서 10년으로 평균 근무경력은 3.5년이었다. 근무부서는 정형외과, 수술실, 비뇨기과, 산부인과, 일반외과, 신경외과였고 월 평균 급여는 200만원 이상에서 300만원 사이가 7명, 300만원 이상에서 400만원 미만이 3명이었다. 근무형태는 모두 주간근무였고, 소속은 모두 간호부인 것으로 나타났다.
2. 분석결과
본 연구는 수집된 원자료로부터 Colaizzi [12]의 분석방법으로 도출한 의미있는 진술은 총 46개였고, 이에 따른 의미구성은 총 13개였다. 구성된 의미로부터 7개의 주제를 정하였으며 3개의 주제군으로 범주화하였다. 범주화된 3개의 주제군은 ‘정체성 갈등’, ‘관계 갈등’과 ‘제도적 갈등’으로 확인되었다.
주제군 1. 정체성 갈등
PA간호사는 간호사도 의사도 아닌 애매한 위치로 자신을 인식하며, 자신의 정체성의 모호함에 대한 심한 역할갈등을 경험하였다. 이에 대한 주제는 ‘존재적 갈등’과 ‘직무 갈등’으로 확인되었다.
1) 존재적 갈등
(1) 깊어가는 회의감
의사도 아니고 간호사도 아닌 PA간호사로 일을 하면서 겪은 힘든 일들로 인해 간호사에 대한 정체성에 대한 회의로 역할 갈등을 경험하고 있었다. 연구참여자들은 간호사보다 더 전문적인 느낌이 드는 PA간호사 일에 대하여 성취감을 느낀 경험도 있었지만, 주체가 되지 못하고 남의 일을 대신 해주는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 PA간호사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며 정체성 갈등을 갖고 있었다.
(PA간호사 업무를)하면서도 이리저리 많이 치이다 보니까 간호사에 대한 회의감까지 들어요. 그래서 그것도 싫어졌어요. 저는 간호사라는 것에 대해 자부심이 있었고 제가 억지로 간호사가 된 것도 아니고 하고 싶어서 했는데, 어느 순간 병원에 발을 들여놓기도 싫을 만큼 병원이 싫어졌거든요.(참여자 3)
지금 현재 상황은 PA를 하면서 의사도 아니고 간호사도 아닌 정체성 혼란에, 자신감이 많이 없어요. PA 하기 전에 간호사를 하면서는 되게 뿌듯한 순간이 많았고, 정말 재밌게 일했어요. 여기서는 내가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내가 맞게 하는 건가, 내가 정말 간호사인가 싶고.(참여자 5)
(2) 돌아갈 곳을 잃어버림
연구참여자들은 간호사이면서도 예전의 간호사 직무를 수행할 수 없도록 경력이 단절되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단절감을 경험하면서, 돌아갈 곳을 잃어버린 것에 대한 존재적 갈등을 겪고 있었다.
쟤 PA하다 와서 아무것도 몰라~솔직히 지금만 해도 그래요. 지금도 이미 잊어버려가지고 뭔가 우리 것이 아니면 퍼미션지를 뽑아 올 때도 이걸 이렇게 했었나, 헷갈려요. 그걸 도와주려고 해도요. 돌아가기보단 병원을 다른 곳으로 옮겨보고 싶어요. 아예 다른 일이요. 그냥, 병원 아닌 곳이요.(참여자 6)
그런 게 있어요. PA들은 다시 병동으로 리턴할 수 없는 것. 병동과의 완전히 계속 멀어지니까. 저 같은 경우에도 PA만 7년 몇 개월을 이렇게 하고 있다가 육아휴직을 쓰게 되면 오랫동안 자리를 비울 수 없으니까 복직할 때는 병동으로 리턴해야 되는데, 근 10년을 병동의 경력이 단절되었고. IV같은 것부터 완전히 단절되버리는 것도 있고. 이미 인식 자체도 좀 안 좋고 뭐 그런 것도 있고. 그래서 보통은 PA하다가 그냥 대부분은 그만 둬버리던지.(참여자 10)
2) 직무갈등
(1) 모호한 업무경계
의사와 간호사는 각각의 역할이 정해져 있고 각각의 입장에서 PA간호사에게 업무수행을 요구하지만, PA간호사는 업무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직무에 대한 갈등이 심하다. PA 간호사의 위치도 애매하고 업무경계도 모호하여 역할갈등을 겪고 있었다.
말이 PA이지 이제 별로 그렇게(허탈웃음). 그렇게 PA만의, GS PA만의 고유의 영역이라던지 뭐 그런 것들이 많이 없고 경계가 좀 모호해지고 그런 것 같아요 인턴 하는 일, 아무튼 간호사 안에 포함되는 업무도 아닌 것 같고 모든 면에서 다 포함되는 일은 아닌 것 같아서, 그런 업무문제로 명확하게 하는 게 어렵고, 근데 연차는 낮고 하다보니 이제 거기서 오는 어려움이 많이 큰 것 같아요.(참여자 2)
확실히 과에서는 PA만의 업무에 가이드를 정해줘서 ‘이 이상의 선을 넘지 말아라, 자꾸 병동일을 하지 말아라’ 이런 게 있는데 병동은 또 달라요. 또 높은 연차 선생님들은 ‘너네가 이런 것좀 하면 안되겠냐.’ 간호사 선생님들 쪽 도와주면, 과에서는 ‘너네가 왜 그런 일을 하냐 너네는 일반간호사랑 일이 다른데’라고 하구요. 경계가 모호해지는 이유가 대부분은 업무 분담 때문에.(참여자 1)
나는 그냥 대신 해주는 사람이지 내가 주가 될 순 없잖아요. 내가 왜 이런 일을 하면서 그런 기분을 느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간호사업무를 하면서는 충분히 내가 주체가 될 수 있는데, 솔직히 PA를 하면서 얻는 게 뭐가 있을까.(참여자 6)
(2) 성장의 한계
PA간호사는 체계적인 직무교육 프로그램이나 보수교육 등 제대로 된 직무교육을 받을 수 없음으로 인해 성장의 한계를 느끼며 직무에 대한 역할갈등을 가지고 있었다. 연구참여자들은 아무도 PA간호사의 교육과 발전에 관심을 갖지 않는 현실과 의사들의 배타적인 태도로 인해 자신들의 성장의 한계를 느끼며 역할갈등을 겪게 된다.
매뉴얼은 있어요. 그게 항상 뭔가 잘못된 때 그때 그때 교육을 하는 게 많아요. 매뉴얼은 있지만 교육을 제대로 하는 건 없어요. 교육이 필요할 때 하긴 하는데 너무 체계적으로 하는 게 없고 주먹구구식인 거 같고. 체계적인 직무 교육 프로그램은 없습니다.(참여자 9)
PA라서 좋은 점은 내 엑스레이를 보고 주치의와 같이 얘기 할 수 있다는 거. 딱 거기까지에요. 제가 일하면서 궁금해서 전공의 선생님들께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그냥 거기까지만 알아. 더 이상 알면 우리가 왜 필요해. 안돼.’ 그래요.(참여자 3)
주제군 2. 관계 갈등
연구참여자들은 일반간호사로 근무하던 때에 의사와의 관계에서 느끼지 못했던 관계갈등을 경험하고 있었으며, 간호사와의 관계에서도 PA간호사에 대한 배타적인 시선으로 인한 역할갈등을 경험하고 있었다. 연구참여자들은 PA간호사를 무시하는 환자의 태도를 느끼며 환자와의 관계에서도 역할갈등을 가지고 있었다.
1) 의사와의 갈등
(1) 수직적 관계 형성
연구참여자들은 간호사로 일할 때와는 다르게 의사와의 서로의 관계를 수직적 관계로 느꼈으며, 익숙하지 않은 업무수행에서 기인하는 당당하지 못한 자신을 바라보며 의사와의 역할 갈등을 경험하고 있었다.
의사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간호사이었을 때 자존감이 더 높았던 것 같아요. 왜냐면 선생님들이 처방을 내더라도 그 일이 너무 익숙하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잘 못한 걸 걸러주는 역할이 됐었어요. 의사와의 관계에서는 PA가 수직적인 관계이다 보니까 기분 나쁠 때도 많이 있죠. 약간 아래로 보는 느낌.(참여자 7)
간호사를 하면서는 뿌듯하고 당당하게 했었는데, 뭔가 주눅 들어 있고 그런 거 있잖아요. 제가 기대했던 게 전혀 아니에요. 이게 제가 하고 싶어서 한 건 아니지만, 하면서도 의사들이 지나가면 나도 모르게 주눅이 들고, 간호사로 일할 때는 그렇지 않았거든요.(참여자 1)
(2) 필요한 소모품
연구참여자들은 진료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으면서도 경우에 따라 의사들의 호의적이지 않은 태도와 예의 없는 행동으로 인해 자신들이 필요한 소모품처럼 느끼게 되는 갈등을 경험하고 있었다.
‘소모품처럼 다 닳아질 때까지 너네를 한껏 쓴 다음 이제..’ 좀 그런 느낌을 받아요 점점. 요즘은 저희들끼리도 그런 말해요. 우리가 지쳐서 우리 발로 나가는 것 말고는 여기는 아무런 방법이 없겠다고.(참여자 3)
닥터들이 볼 때는 저희는 PA이고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저희에게 비호의적으로 하는 경우들도 좀 있는 것 같아요. 그게 좀 연차가 낮은 선생님일수록. 그리고 과장님들께 받은 스트레스가 있다면 그런 것들이 저희에게 화살이 되가지고 오는 경우도 있고. 과장님하고 그 과의 레지던트가 어떤 문제가 있으면 그 레지던트 선생님들이 과장님에게 뭐라 못하니까 그게 고스란히 저희한테 오는 거예요. 저희를 이유 없이 갈군다고 해야 하나?.(참여자 4)
2) 간호사와의 갈등
(1) 왜곡된 시선
연구참여자들은 일반간호사들로부터 간호사이면서 의사 행세를 하려 한다는 오해를 억울하게 느끼며, 소속감이 없는 PA간호사의 애매한 위치에 대한 갈등과 일반간호사와 다른 업무내용에서 비롯된 왜곡된 시선을 받으며 역할갈등을 경험하고 있었다.
인식이 좋지는 않다는 게 일단 업무가 다르니까. 일단 병동에서 우리를 봤을 때는 쟤네들은 의사 일만 하려고 하는? 대부분의 PA들이 간호사들의 눈치를 많이 봐요. 선이나 규제 같은 게 그어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간호사와의 갈등이 의사하고 보다 훨씬 심하죠. 95퍼센트.(참여자 1)
뒤에서 PA들 이야기할 때 그런다고 하잖아요. ‘의사도 아니면서 의사처럼 행동한다.’ ‘의사도 아니면서 의사처럼 일하더라.’ 어릴 때는 그런 걸로 엄청 많이 울고 너무 진짜 맘 아팠어요. 동료들한테 그런 등돌림을 당한 그런 게 너무 힘드니까요. 근데 과에서 정해진 업무 자체가 많아서 도저히(병동업무를 도울 수가 없어요). 왜냐면 다 할 수는 없으니까. 그게 좀 안되더라고요 점점.(참여자 2)
(2) 배타적 태도
의사가 하는 일에는 일반간호사들이 도움을 주면서도 PA간호사에 대해서는 전혀 배려가 없고 오히려 견제하고 차별하며 승진에서도 배제되는 배타적 태도를 보이는 간호사로 인한 역할갈등을 가지고 있었다.
레지던트가 (일을) 하면 병동간호사들이 어느 정도 커버를 해주잖아요. 레지던트가 해야 하는 일이지만 바빠서 못하니까 병동에서 어느 정도 도와주는 그런 것들. 그런데 그런 일들이 (PA에게는) 가차없이 그거는 과에서 해야될 일이라고 나눠져요.(참여자 8)
저희는 과에서 레지던트의 대타로 뽑았기 때문에 (업무범위를) 레지던트 업무 안에서만 요구하지만 병동에서는 저희가 간호사이기 때문에 ‘간호사니까 이 정도까지는 해줄 수 있지’ 라고 생각을 하시고. 실제로 어떻게 보면 간호사이지만 선배들이 있는 병동에서나 수간호사 선생님들이 있는 곳에서도 처방을 내는 입장이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트러블들이 생기고. 우리를 정말 안 좋아하는 것 같아요.(참여자 4)
3) 환자와의 갈등
(1) 무시감과 자괴감
환자들이 PA간호사에 대해 간호사가 의사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고 무시하는 태도를 보인다고 느끼는 PA간호사는 환자를 만나는 것에 대한 갈등을 겪는다. 연구참여자는 자신이 의사업무로 생각되는 일을 환자에게 행하면서도 의사가 아니라고 먼저 설명을 하고 좋지 못한 반응을 보이는 환자와의 관계에서 자괴감을 느끼게 되어 환자와도 관계갈등에 놓이게 된다.
병원을 오랫동안 오시는 분들은 아세요. 주치의 대신에 이 사람들이 나를 보고 있구나. 아니 도대체 의사는 언제 오냐고 대놓고 설명도 안 들으려 하고, 과장님은 이걸 설명하려고 안 오실꺼고. 나는 이걸 해야 하는데 입장인데 딱 무시하고 막 무시하는 환자들도 많이 있고.(참여자 6)
환자들도 나를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싶어요. ‘과장님 대신해서 보고 있는 거지 제가 의사는 아니다’라고 처음에 먼저 설명을 하거든요. 한 번씩 저를 의사라고 착각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럴 때마다 제가 아니라고 설명을 하면서도 이게 뭐하는 짓인가 생각이 들어요.(참여자 2)
자괴감도 조금 들고, 내가 왜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이런 기분을 자꾸 느껴야 하나 그런 생각이 자꾸 들어요. 내가 맞게 하는 건가 싶고. 환자들도 나를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싶고, 그런 거 있잖아요.(참여자 4)
주제군 3. 제도적 갈등
연구참여자는 PA간호사에 대한 제도적 보장이 없음으로 인한 불안과 역할갈등을 경험하고 있었다. 이에 대한 주제는 ‘관련법 부재’와 ‘현실 장벽’으로 확인되었다.
1) 관련법 부재
(1) 법적 지위의 부재
법적 지위를 보장받지 못하는 PA간호사는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존재로 보호받을 장치가 없는 상태로 방치되어 있어 PA간호사의 법적 지위 부재로 인한 역할갈등은 클 수밖에 없다.
의료사고가 생긴다. 그러면 법적인 보호를 하나도 받을 수 없죠. 문제는 이제 법적인 지위를 갖는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불법인건 알지만 여기까지는 이렇게 하고 대신에 뭔가가 걸렸을 때 책임을 최대한 피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커버를 할 수 있게끔. 만약 법적으로 무슨 일이 생겨도 막연히(해결)해주겠다 뭐 이런식? 그래도 저희는 불안하죠.(참여자 2)
PA의 일이 불법이지만 또 완전 불법이라고 해서 확 뿌리를 뽑을 수 없는 일이기도 해서. 이미 이렇게 알고 있으니까. 막상 걸려도 어떻게 처리가 될지 아무 것도 모르는 거잖아요. 존재 위치가 확실하지 않은 게 문제에요. 확실히 제도적으로 만들어줘야 하는데.(참여자 10)
(2) 업무내용의 법적기준 부재
PA간호사들은 뚜렷한 업무내용의 기준도 없고, 업무에 대한 법적 기준도 보장도 없는 PA간호사 업무로 인해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한번 어느 병원에서 PA와 과를 대상으로 소송이 걸린 적이 있거든요. PA들이 동의서를 하거든요. 콜사인이라도 해라 책임을 같이 물을 수 있게 해야 하지 않겠냐고 문제를 이야기했는데 막상 그렇게 안 되는거죠. 동의서를 받으려고 하는데 그러면 법적 문제에 대해 담당 교수가 법적 책임은 지겠다는 서약서를 적어주라 그랬더니 괜히 싸움나고 내쫓겨지는. 너 안 쓰고 말아 이런.(참여자 10)
불안감 같은 게 항상 있죠. 정 안되겠다 싶은 부분은 과장님한테 말하고, 이런 선까지는 할 수 없다. 이건 간호사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해도 안 들어주기도 하고. 그래도 그냥 해라라는 경우도 있어 버리니까. 그래서 좀 해야 될 부분이 생기면 하기도 하구요.(참여자 8)
2) 현실장벽
(1) 강요하는 권력
PA간호사들은 PA간호사가 필요한 병원의 상황에 의해 진료부와 간호부는 본인이 원하지 않더라도 일을 강요받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었다.
안가겠다 했는데 발령이 났죠. 그때는 너무 두렵고 이 일 자체가 젊고 어린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았어요. PA를 원하진 않았어요. 근데 갑자기 발령이 그냥 났습니다.(참여자 3)
간호부에서 저를 그곳으로 보냈고 제가 원해서 간 것이 아니라 하기 싫다고 처음부터 말했고. 응급실이든 중환자실이든 보내 달라. 차라리 남들이 가기 싫은 곳에서 일을 하겠다고 말했지만 ‘안된다. 이미 발령 났다. 과장님들이 이미 다 얘기 끝냈고 이런 상황에서 다시 번복은 안 된다.’ 이렇게 얘기 했던 곳이 간호부였어요. 진료부에서 요청이 오니까 간호부에서는 그냥.(참여자 1)
PA 아닌 데로 옮기고 싶다는 말에 대해서 과에서는 ‘이미 나는 이만큼 너에게 투자를 했고, 너를 이만큼 키워놨는데’ 로테이션이라는 자체가 말이 안 되고, 이미 과에서는 그게 쉬운 게 아니더라고요. 과장님들이 그래서 PA들에게 잘 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참여자 2)
(2) 외면하는 권력
병원의 필요에 의해 발령을 내고 PA간호사의 업무내용으로 인한 문제가 생기면 그 책임에 대해서는 모두가 외면하고 PA간호사에게만 공격의 화살을 날리는 현실에 대해 PA간호사는 갈등을 갖고 있었다.
저희는 어쨌든 PA이기 때문에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는 의료진이 책임을 져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게 없기 때문에 어떤 일이 터졌을 때 PA들이 알아서 했다고 덤터기를 씌우는 경우들이 많아서. PA들에게 뭔가를 시킬 때는 그 환자의 담당 의사가 모든 것들을 책임진다는 그런 것들이 전제가 되고 저희가 계속 근무를 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데 현실적으로는 많은 괴리가 있죠.(참여자 2)
아무도 아는 체 하지 않다가 문제가 생기면 우리 PA가 문제인 것처럼 말하잖아요. 그게 뭐 PA에 대한 제도를 마련하던지 진짜 정식적인 시험이 있어서 통과해서 자격을 준다던지 이런 게 되어야지 개선이 되는 거지. 뭐 다른 방법은 없을 것 같아요. 끊임없이 불안하고 끊임없이 일은 반복되는 이 일이 저희를 움츠러들게 하잖아요.(참여자 1)
3. 현상학적 글쓰기
의사의 업무내용에 대해 PA간호사가 완벽히 커버해주길 바라는 의사의 기대와, 같은 간호사라고 생각하여 병동 업무에 참여해주기를 기대하는 간호사의 눈길을 느끼며 PA간호사는 그들의 기대가 버겁다.
PA간호사는 PA간호사로서의 역할에 대한 존재적 갈등과 직무갈등 등의 정체성 갈등을 느낀다. 의사도 아니고 간호사도 아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은 PA간호사로서의 회의감뿐 아니라 자부심으로 느꼈던 간호사로서의 회의감까지 들게 한다. 어느 순간 병원에 발을 들여놓기도 싫을만큼 존재적 갈등은 더욱 심하다. 그런 갈등가운데도 다시 진료부를 벗어나 간호부로 돌아오는 것도 명쾌한 해답이 될 수 없는 것이 PA간호사의 딜레마이다. 왜냐하면 PA간호사의 업무만 수행하다보니 일반간호사 업무가 생소해지고 신규간호사도 아닌 위치에서 모든 것에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고충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라리 병원이 아닌 다른 직장을 마음속으로 찾는다. PA간호사의 병동 복귀는 PA간호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병동입장에서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어서 PA간호사는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머뭇거림과 갈등 속에 점점 돌아갈 곳을 잃어버린 단절을 경험하고 있다.
PA간호사는 정체성 갈등이외에도 관계갈등을 경험한다. 간호사로서의 업무수행을 할 때는 없었던 불편함이 생겼다. 일반간호사였던 때는 당당하고 뿌듯한 느낌으로 일했던 것 같다. 의사가 아니면서 어느 정도의 의사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이 의사와의 관계를 수직적 관계로 만들었다. 간호사였을 때와는 다르게 자신도 모르게 주눅이 든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의사가 아니고 PA간호사인데도 수직적 관계가 되다보니 실수에 대해 무시하는 말을 대놓고 하기도 한다. 당장 PA간호사 없이 일이 진행되지 않으니 필요한 존재임은 분명한데 존중받지 못하는 PA간호사는 자신들이 필요한 소모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간호사와의 갈등은 더욱 심각하다. PA간호사의 대부분의 갈등은 간호사와의 것이다. 의사가 아니면서 의사처럼 일한다는 식의 왜곡된 시선과 견제, 평가가 속상하다. PA간호사는 승진도 힘들 것 같다고들 한다. 간호부 소속이어서 수간호사의 평가가 필요한데 PA간호사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많기 때문이다. 레지던트에게는 협조적인 간호사들도 PA간호사에게는 배타적인 태도를 보인다. 의지하고 믿을 곳이 없다는 생각에 점점 부정적이게 된다. PA간호사는 환자와의 관계에서도 갈등을 겪게 되는데, PA간호사는 의사의 역할을 해야 하는 많은 부분들이 있지만 환자들은 주치의 말만 듣고 싶어한다. 일을 수행해야 하는데 대놓고 무시하는 환자들을 보며 점점 자괴감이 심해진다.
PA간호사들이 역할갈등을 크게 경험하는 또 하나의 부분은 제도적 갈등이다. PA간호사에 대한 확실한 제도가 있다면 갈등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의료사고가 생겨도 법적 보호를 전혀 받을 수 없는 처지에 대한 불안은 갈수록 심하다. 소송에 휘말리는 경우들을 보고 법적책임에 대한 안전장치를 하고 싶지만 구두가 아닌 서면으로 확약을 해주는 경우도 없고 그런 말들은 무시당하고 만다. 어디까지가 PA간호사가 해야 할 업무인지 업무내용의 법적 기준도 없다. 이와 같은 PA 관련법의 부재는 PA간호사를 불안하게 하지만 여전히 병원들은 PA간호사가 필요하다. 진료부도 간호부도 법적인 문제는 생각하지 않고 필요대로 PA간호사를 사용한다. 하지만 문제가 생기고 나면 모든 문제의 화살은 PA간호사를 향한다. 담당의사가 모든 것을 책임진다는 전제가 필요하다고 PA간호사들은 생각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PA간호사로 근무하라고 명령했던 어느 부서도 PA간호사의 법적 문제에 대해서는 외면한다. PA간호사에 대한 제도마련이 없이는 끊임없이 불안하고 끊임없이 움츠러들게 만드는 현실을 벗어날 수 없다.
논 의
본 연구결과, PA간호사의 역할갈등은 ‘정체성 갈등’, ‘관계 갈등’, ‘제도적 갈등’인 3개의 주제군로 나타났다. 이를 중심으로 한 논의는 다음과 같다.
연구참여자들은 PA간호사의 ‘존재 자체에 대한 회의’와 PA간호사가 수행하는 ‘직무에 대한 갈등’을 포함하는 ‘정체성 갈등’을 경험하고 있었다. 이 결과는 Kim 등[13]의 연구와 마찬가지로, PA간호사가 심각하게 고민하는 부분이 정체성에 대한 갈등임을 보여주고 있으며, 간호사이면서도 간호사로서의 정체성 갈등을 갖는 구조적 결함을 나타내고 있다.
연구참여자들은 PA간호사 그 자체에 대한 깊어가는 회의감과 돌아갈 곳을 잃어버린 단절을 경험하며 이에 따른 ‘존재적 회의’라는 정체성 갈등을 겪고 있었다. 전문기술이 부족한 신규간호사에서 시작하여 고도의 전문기술을 가진 실무자로 발전하는 과정으로 나아가던 간호사가 PA간호사로 발령을 받고 새롭게 시작된 그들의 업무는 모두 의사의 통제와 지시 하에서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심각한 갈등에 직면하게 된다. 전문직의 사회화는 직업의 정체성을 내면화하고 발달시키는 과정으로, 간호사는 간호전문직 사회화를 통해 업무수행에서 의사결정과 판단에 대한 자유재량과 스스로 업무를 통제하는 자율성을 갖게 된다는 것을 학습하게 된다[14]. PA간호사는 간호사로서 주체적이고 자율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대행자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면서 회의감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연구참여자들이 다시 간호사로 돌아갈 수 없다고 느끼는 존재적 갈등과 불안을 겪는 원인은 Kim 등의 연구결과[10]와 마찬가지로 승진에 대한 불이익, 경력의 불인정, 부서이동의 문제, 관리직의 승진기회 박탈, 휴직 및 복직 시 기존 대체인력의 배치에 대한 문제 등 PA간호사의 애매한 위치와 관련되어 있었다. 자유재량과 자율성을 갖지 못했을 때 전문직 사회화는 가능하지 않고, 간호사의 전문직관은 간호에 대한 의지, 소명감과 업무수행이나 환자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므로[14] PA간호사의 존재적 갈등은 질 높은 환자간호를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안이 될 수 있다. PA간호사의 위치확립은 전문직관을 확고히 하여 존재적 갈등을 벗어나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도울 수 있으므로 PA간호사의 정체성 갈등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해결방안을 마련하려는 의료기관 및 의료인, 간호전문단체의 다각적 노력이 필요하다.
연구참여자들이 경험하는 정체성 갈등의 또 다른 이유는 ‘모호한 업무경계’와 ‘성장의 한계’로 인한 ‘직무갈등’이었다. 직무갈등은 PA간호사의 과도한 업무와 업무영역의 불명확으로 인한 갈등[15]과, 담당업무와 관련한 직무기술서가 없고 대부분 직무교육 프로그램도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연구결과[16]와 유사하여, 업무경계가 모호하고 PA를 위한 교육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성장의 한계를 느끼는데서 오는 갈등이었다. 일반간호사들은 PA간호사에 대해 간호사 업무와의 분리를 용납하려하지 않고 전공의 등 의사들은 진료 관련 일만을 요구하지만 어느 쪽의 업무도 확실하게 규정된 내용이 아닌 상태인 PA간호사들은 모호한 업무경계로 갈등을 겪게 된다. 업무의 부정확과 모호성, 갈등관계와 PA에 대한 이해부족 등으로 인해 PA간호사의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낮게 나타나고 있다[17]. 연구참여자들은 자신의 직무에 대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교육이 없어 성장의 한계를 느끼고 자신들의 위치에 대해 좌절을 경험하게 되었는데, Eom 등[17]의 연구는 연구참여자의 66.1%가 의사보조역할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을 전혀 받지 못했고 의사보조를 한 이후 61.2%의 연구참여자는 이후 재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하였다. 이 결과는 PA간호사에 대한 직무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본 연구는 단순한 의사업무보조가 아니라 상급간호실무제공자로서의 역할을 기대하는[18] PA간호사의 지속적인 성장이 멈춘 단순한 업무의 반복은 정체성에 대한 갈등을 심화시킬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있으므로 병원운영 정책과 간호전문직의 확대 방안 마련을 포함하는 PA간호사 제도에 대한 논의는 더욱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참여자들이 경험하는 두 번째 역할갈등은 ‘관계갈등’으로, PA간호사는 의사, 간호사 및 환자와의 관계갈등을 겪고 있었다. PA간호사가 겪는 의사와의 갈등은 그들이 일반간호사일 때와는 다르게 의사의 일정 업무를 위임받은 일을 주로 하게 되면서 수직관계를 형성하면서 시작된다. 전공의와 업무범위가 겹치는 경우가 많다보니[10] 전공의와의 갈등이 많이 나타나는데 진료부 입장에서는 새로운 인력으로 투입된 전공의보다 로테이션 없이 장기간 근무하면서 숙련된 PA간호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므로[7] 전공의와의 갈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Eom [15]의 연구는 의사와의 갈등을 경험하는 PA간호사가 의사도 간호사도 아닌 모호한 위치에서 부담감과 죄책감을 경험한다고 하였고, 본 연구참여자들은 의사들로부터 닳아질 때까지 쓰다버려지는 소모품처럼 느낀다고 표현하였다. PA간호사의 역할이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아 훌륭한 성과를 내거나 업무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의사의 일을 대행해주는 역할 이상이 되지 않는다고 느낄 때 PA간호사가 겪는 관계갈등은 스트레스의 주요인으로 작용할 뿐 아니라 직무만족이나 업무수행이 저하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연구참여자들은 간호사와의 관계갈등을 경험하였으며, PA간호사는 간호사이면서도 간호부에 대한 소속감이 적고 일반 간호사들로부터 받는 왜곡된 시선과 배타적 태도 때문에 억울하다고 하였다. 본 연구참여자의 인사관리 소속은 간호부가 100%이지만 거의 모두가 의국으로부터 업무지시를 받는 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속부서가 애매하다고 느끼는데 이는 Byun 등[16]의 연구와 같은 결과였다. PA간호사는 일반간호사로부터 의사가 아니면서 의사의 업무만 하려고 한다는 비아냥과 일반간호사가 PA간호사에게 일을 떠넘기는 모습[19]으로 인해 상처를 받게 된다. 일의 특성상 PA간호사가 일반간호사에게 지시하는 경우 수직적 관계에서의 지시로 오해[15]를 받게 되면서 일반간호사와의 갈등은 매우 첨예하다. PA간호사 제도가 도입되기 시작한 1990년대 말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동료간호사의 배타적인 태도로 인한 대인관계의 어려움[13]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인간은 소속되고자 하는 강한 욕구를 가지고 있어서 소속감을 가지고 있을 때만 문제를 직면하고 그것을 처리하려는 노력을 하게 되므로 소속감은 인간에게 있어 가장 기본적이고 절실한 욕구 중의 하나이다[20]. PA간호사가 관계갈등이나 정체성에 대한 갈등에서 벗어나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과 업무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PA간호사의 정확한 위치 및 소속을 확고히 하여 업무효율을 높이려는 방안[7] 모색이 필요하다.
환자와의 관계갈등은 환자들로부터 무시 받는 느낌을 받거나 의사로 착각하는 환자들에게 자신의 위치를 설명하면서 겪는 자괴감에서 기인한다. PA간호사는 업무 초기에 환자의 문제를 직접 해결해주면서 Eom [15]의 연구에서와 같이 자신이 이전보다 전문화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본인의 보람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갈등의 단계를 겪는다고 하였다. 그리고 연일 PA간호사에 대한 불법의료행위 논란이 방송매체에 오르내리면서[1] 일반국민들의 PA간호사에 대한 시선은 더욱 곱지 않아 PA간호사는 임상현장에서 환자들을 대할 때 이전보다 위축된 마음을 가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책없이 PA간호사는 현장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상태이다.
연구참여자의 세 번째 역할갈등은 ‘제도적 갈등’이다. PA간호사의 법률적 안정성 보장 부족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나타난 연구결과[16]와 같이 본 연구참여자들은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자신들의 위치에 대해 심한 불안감을 표현하고 있었다. 이것은 PA간호사가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고 존재해서는 안 되는 역할을 하고 있음에 대한 혼란과 불안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 연구[15]와 같은 결과였다. 주어진 업무수행은 해야 하지만 제도화되지 않은 PA간호사의 법적 지위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들이 하는 업무에도 정확한 기준이 있을 수 없다. 가장 빈번히 수행하는 업무는 상처관리, 검사 및 시술보조이고[16], 행정업무와 약물처방, 간호사에 대한 자문 등 실질적인 의사의 역할을 수행[7]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PA간호사와 거의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미국의 PA의 행정업무 및 임상업무는 국가적으로 자격을 인정받는 상태에서 실시되고 있다[8]. 그러나 우리나라 PA간호사들은 관련법의 부재로 심각한 갈등과 불안을 경험하며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Eom [15]은 PA간호사의 역할 정립을 위해 가장 시급한 사항이 법적 보호장치 마련이라고 하였다.
PA간호사들이 겪는 불편한 현실을 이미 알고 있는 간호부와 진료부는 의사인력의 불균형과 부족으로 인해 발생되는 공백을 메꾸어야 하는 현실에만 집중하고 법적인 대책이 없이 일반간호사를 PA간호사로 발령한다. 본 연구참여자의 대부분이 타의에 의한 발령이었는데, 이는 구체적인 선발지침 없이 타의에 의한 인사발령의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난 연구[16]와 유사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병원의 운영을 위한 현실적 필요와 요구에 의해 만들어진 자리임에도 법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모두 외면하는 상황에 연구참여자들은 당황스럽고 끊임없이 불안하다. 의사인력계획과 정책수립의 미비로 인해 의사공급의 불균형 문제가 생김에 따라[4] 의료서비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방법으로 PA간호사 제도가 생겼지만 PA간호사의 무면허의료행위 문제에 대한 책임은 대부분 PA간호사에게 돌리고 있는 게 PA간호사의 현실적인 장벽이다. 법적 지위가 전혀 보장되지 않고 직무의 기준도 없이, PA간호사의 업무로 인한 문제발생에 대해서는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상황은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채 고스란히 PA간호사의 당면과제로 남아있다[21].
최근 보건복지부가 PA제도화 방안으로 전문간호사 제도에 PA를 편입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PA제도가 합법화에 대해 전공의 수련기회 박탈로 의료의 질적 저하와 의사의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의견과 PA를 금지시키면 인력의 부족으로 의료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으며, 간호협회는 교육제도가 없는 PA합법화에 대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22]. 본 연구결과를 통한 PA간호사의 입장을 살펴보면, PA간호사는 그들에 대한 법적인 보호뿐 아니라 간호사로서의 정체성도 되찾고 싶어함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PA간호사에 대한 관련기관들의 입장은 역할갈등을 겪는 PA간호사에 대한 고려보다는 헤게모니 양상을 보이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의료인 면허제도 등의 기본적인 원칙에 부합한 범위에서 개선안을 모색할 필요성에 대한 의견 개진이 시급하다[23]. 팀의료 구축 및 전문간호사 제도 개선을 통한 PA간호사제도의 운영 등[23] 현실적인 대안의 고려가 필요하다. 미국의 PA는 다른 의료인들과 협력적으로 의료업무를 수행하는 전문인력으로 국가적으로 자격증을 받고 주정부로부터 의료를 수행하도록 면허를 허가받는다. 학사졸업 후 3년간 의료관계 경험이 있는 자가 2년간의 석사를 하고 나면 PA가 될 수 있다[8]. 미국, 영국 등의 PA 제도와 같이 PA 자격 프로그램을 통한 PA를 새로운 보건의료 전문가로서 법적 지위의 합법화를 꾀하거나[24], 독일의 경우처럼[25] 인력은 간호사로 충원이 되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배출하는 방법 등을 포함하는 다각도의 논의와 합의가 하루빨리 이루어져야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PA 간호사 입장을 고려한 합의점 도출과 업무분담 과제 해결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되어 PA간호사의 역할갈등에 대한 본 연구결과는 향후의 PA간호사 제도 논의의 기초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의 제한점으로, 본 연구참여자가 일개 광역시의 2차병원, 3차병원에 근무하는 PA간호사로 한정되어 있어 연구결과를 일반화 하는데 신중을 기해야 하며 확대연구가 필요하다.
결 론
본 연구는 PA간호사가 경험하고 있는 역할갈등을 알아보고, 경험하는 현상의 의미에 따른 주제를 확인하여 PA 간호사에 대한 법적 규정 마련 시 PA 간호사의 갈등과 문제점 등을 고려한 PA 간호사 제도 논의의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연구를 실시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로, 3개의 범주를 중심으로 한 주요결과의 기술은 다음과 같다.
주제군 1은 ‘정체성 갈등’으로, 이에 대한 2개의 주제는 ‘존재적 갈등’과 ‘직무갈등’이다. 주제군 2는 ‘관계 갈등’으로 3개의 주제는 ‘의사와의 관계갈등’, ‘간호사와의 관계갈등’과 ‘환자와의 관계 갈등’이다. 주제군 3은 ‘제도적 갈등’이며 이에 대한 2개의 주제는 ‘관련법 부재’와 ‘현실장벽’으로 나타났다.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PA간호사 제도는 의료인력 부족의 해소와 원활한 진료를 위한 방안으로 시행되고 있으나 업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끊임없는 논란 속에 놓여 있다. PA 간호사들이 경험하는 역할갈등의 본질을 이해하고 역할갈등의 실제적인 해결을 위한 제도화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결과를 근거로 다음과 같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PA간호사와 전문간호사의 역할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알아보는 연구를 제언한다.
둘째, 전공의를 대상으로 PA간호사와의 직무에 대한 역할갈등 비교연구를 제언한다.
셋째, PA간호사의 관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중재 프로그램 개발 연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