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1. 연구의 필요성
선천성 심장병은 전체 선천성 이상의 약 ⅓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선천성 기형이다[1]. 최근 진단과 치료 기술의 발전으로 선천성 심장병 아동의 97% 정도가 성인까지 생존하고 있으며[2],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선천성 심장병으로 치료받는 아동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3]. 국내에서도 2023년 기준 선천성 심장병으로 진료받는 10세 미만의 아동이 연간 6,024명으로 2018년 대비 11.0% 증가하면서[4], 선천성 심장병은 주요 아동 건강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3].
선천성 심장병은 영아기 사망의 주요 원인이며[1], 아동은 성장과정 중 생존의 불확실성, 활동 제한, 약물 복용, 반복되는 입원 등으로 사회 ‧ 심리적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5]. 이러한 건강문제는 아동의 성장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가족 내 긴장상태를 유발하고 정상적인 가족기능의 장애를 초래한다[6]. 구체적으로 부모는 아동의 심장병 진단 시 상당한 심리적 고통과 삶의 질 저하를 경험하며[7], 이후 치료 과정에서 복잡한 의학적 요구, 예상치 못한 증상 변화, 다양한 심장 시술 및 수술,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인한 가족기능의 장애를 겪게 된다[6]. 또한 부모는 일상생활과 가족의 관심사, 사회적 활동을 선천성 심장병을 진단받은 아동을 중심으로 재구성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다른 자녀들에게 소홀해질 수 있다[8]. 그 결과 선천성 심장병 아동의 형제 자매의 약 ⅓은 삶의 질 저하를 경험하며, 학업 성취도, 행동 및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9].
이러한 상황은 부모 역할, 부모-자녀 관계, 장기적인 아동의 발달[10]과 지속적인 추적관찰[11]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가족 전체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키므로, 가족 역시 적극적인 중재 대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에 가족의 중재 요구를 파악하고자 가족의 심리적 고통, 삶의 질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가족 기능을 파악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었고[6,12], 이들 연구를 통해 가족들은 아동 돌봄 과정에서 심리적 고통, 삶의 질 저하, 비효율적인 대처와 경제적 어려움 등을 겪고 있음이 밝혀졌다[6]. 그러나 기존 연구들은 평가 시점, 보고의 편향과 제한된 참여자 등의 요인으로 인해 다양한 결과를 보이고 있으며[12] 평가 도구에서 다루고 있지 않은 어려움은 확인할 수 없어 실제 가족의 어려움을 파악하는 데는 제한이 있다. 따라서 실효성 있는 중재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거시적 관점에서 가족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과정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선천성 심장병 아동의 부모 대부분이 자녀 돌봄을 위한 건강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음을[13] 고려할 때, 인터넷이나 소설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ing service, SNS)와 같은 다량의 비정형 텍스트에서 핵심 키워드와 토픽을 찾아낼 수 있는 빅데이터 분석 방법[14]을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빅데이터 분석 방법으로는 텍스트마이닝, 의미연결망 분석, 토픽모델링, 감성분석 등이 있다. 이 중 하나인 텍스트마이닝은 비정형화된 텍스트 안에서 유용한 정보나 지식, 또는 패턴을 추출하는 분석 방법이다[15]. 텍스트마이닝을 사용하면 기존 연구 문헌이나 논문에서 관련 분야의 핵심 키워드나 토픽을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량의 비정형화된 문서에서도 의미 있는 정보를 추출할 수 있다[16]. 또한 텍스트마이닝 결과를 활용한 의미연결망 분석은[15] 사회연결망 분석(social network analysis)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다량의 비정형 텍스트 안에서 단어 간 동시 출현 연결 관계를 바탕으로 텍스트 내의 네트워크 구조를 파악하고 단어의 의미를 해석하여 시각화하는 기법이다[17]. 이 분석 방법은 다른 빅데이터 분석 방법에 비해 개별 키워드의 위치와 역할을 파악함으로써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키워들 간의 상관관계나 특정 문제의 중심성을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인해 다양한 분야에서 인식, 변화 양상, 추이 분석 등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17]. 본 연구에서는 의미연결망 분석을 통해 가족이 자유롭게 작성한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가족이 겪는 어려움을 다각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시각화하여, 가족들이 겪는 어려움의 전반적인 구조와 주요 이슈를 한눈에 파악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가족들이 포털사이트(portal site)나 SNS에 아동의 선천성 심장병에 대하여 작성한 텍스트나 관련 기사들을 수집하고 키워드의 특징과 관계를 살펴봄으로써 가족이 겪는 어려움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한다. 나아가 향후 선천성 심장병 아동의 가족을 위한 실효성 있는 중재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고자 한다.
연구방법
1. 연구설계
본 연구는 텍스트마이닝과 의미연결망 분석 방법을 이용하여 선천성 심장병 아동의 가족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관련된 키워드를 추출하고 의미를 파악하기 위한 탐색적 연구이다.
2. 자료수집
본 연구의 분석 대상 자료는 2020년 1월 1일부터 2023년 12월 31일까지의 국내 포털사이트와 SNS 상 게시글과 댓글, 뉴스이다. 포털사이트는 국내 점유 비율[18]이 높은 네이버(NAVER, 57.1%), 구글(Google, 33.4%), 다음(Daum, 5.2%)을 활용하였고, SNS는 국내 점유 비율[19]이 두번째로 높은 페이스북(Facebook, 16.7%)을 활용하였다. 국내 SNS 점유 비율이 가장 높은 인스타그램(Instagram, 48.6%)은 글보다는 사진과 동영상을 공유하는 특성[20]이 있어 텍스트를 분석하고자 하는 본 연구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아 제외하였다. 본 연구의 자료 수집기간의 설정은 선천성 심장병을 포함한 희귀질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경감하고, 의료 접근성 향상을 위해 ‘산정특례 희귀질환 및 지정의료기관 확대’ 시점을 근거로 하였다. 데이터는 TEXTOM을 활용하여 수집하였고, 자료 수집에 사용할 핵심 키워드를 선정하기에 앞서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21]을 활용하여 ‘선천성 심장병’, ‘아동’, ‘어려움’의 유사어를 확인하였다. 이후 네이버 데이터 랩(https://datalab.naver.com) [22]을 통해 일반인들이 ‘선천성 심장병’, ‘아동’, ‘어려움’ 보다는 유사어인 ‘심장병’, ‘아이’나 ‘아기’, ‘고민’이나 ‘걱정’을 주로 사용하는 것을 확인하였고, 연구자들의 합의 과정을 거쳐 최종 본 연구의 데이터 수집을 위한 핵심 키워드를 ‘심장병’+‘아기 OR 아이’+‘고민 OR 걱정’으로 선정하였다. 수집 채널은 네이버의 블로그, 뉴스, 카페, 지식 IN과 다음의 티스토리, 뉴스, 카페, 구글의 뉴스, 페이스북의 게시글과 댓글을 선정하였다. 데이터 수집 결과 총 18,557건의 데이터가 수집되었으며 데이터의 용량은 총 11.54MB이었다.
3. 자료분석
본 연구의 자료분석은 분석 자료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절차를 통해 수행하였다. 첫째, 연구자들은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총 3회에 걸친 합의 과정을 통해 분석 기준을 수립하였다. 이 과정에서 연구자들은 데이터 해석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잠재적인 편향을 줄이기 위해 분석 기준을 구체화하였다. 둘째, 합의된 분석 기준에 따라 1인의 연구자가 데이터 분석을 시행하였다. 셋째, 분석 결과에 대해서는 연구자들이 총 3회에 걸쳐 공동으로 검토하였다. 검토 과정에서 각 연구자는 독립적으로 결과를 평가하고, 잠재적인 해석 차이를 논의하였으며, 최종적으로 합의를 통해 분석 결과를 확정하였다.
1) 분석대상 설정
TEXTOM을 통해 수집된 총 18,557건의 데이터 중 ‘강아지’나 ‘고양이’ 관련 데이터, 중복된 데이터를 제거하여 1,072건을 분석 대상으로 설정하였다.
2) 단어 정제
분석 대상으로 선정된 1,072건을 대상으로 총 2차에 걸쳐 진행하였다. 1차 정제에서는 ‘좋’, ‘하’, ‘것’ 등의 1음절과 ‘하루’, ‘우선’ 등과 같이 특별한 의미가 없는 단어를 삭제하였다. 2차 정제에서는 유사어나 동의어를 통일하는 등의 과정을 거쳤다. 예를 들어, ‘진료비’, ‘의료비’는 ‘비용’으로, ‘원장님’, ‘교수님’, ‘선생님’은 ‘의사’로, ‘선택유산’, ‘중절수술’, ‘낙태’는 ‘임신중절’로 변환하는 과정을 거쳤다. 자료의 정제는 TEXTOM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해당 키워드를 검색한 후 이를 삭제하거나 변환하는 작업을 수행하였다.
3) 자료분석
(1) 빈도 매트릭스 추출
TEXTOM에서 제공하는 매트릭스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빈도(Term frequency, TF)와 역문서 빈도(Term frequency-inverse document frequency, TF-IDF) 분석을 실시하였다. TF-IDF는 단순히 출현 빈도에 따라 중요한 단어로 판단할 수 있는 우려를 보완하기 위해 확인하는 수치로, TF-IDF 값이 높을수록 중요도가 높다[17]. TF-IDF 상위 50개의 단어를 추출하여 이를 워드 클라우드(word cloud)를 통하여 각 키워드의 중요도에 비례하여 키워드의 크기를 시각화 하였다.
(2) 의미연결망 분석
추출된 TF를 기준으로 의미연결망 분석에 사용할 키워드 수를 결정하였으며, 군집 수는 덴드로그램(dendrogram)을 통해 모든 키워드가 군집에 포함되는 분류기준을 결정하였다. 또한 의미연결망 분석은 텍스트 내 키워드 간의 관계를 근간으로 하기 때문에 관계의 정도를 측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 척도는 단어들 간의 밀집정도를 뜻하는 밀도(density)와 키워드의 텍스트 내 역할을 추측할 수 있는 중심성(centrality)으로 측정하였다. 중심성은 연결중심성(degree centrality), 근접중심성(closeness centrality), 아이겐벡터중심성(eigenvector centrality), 매개중심성(betweenness centrality)의 네 가지로 구분하여 분석하였다. 연결중심성이란 단어에 다른 단어가 얼마나 연결되어 있는지를 나타내는 것이며, 근접중심성이란 다른 단어와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노드 간 거리뿐 아니라 경로의 개수까지 고려하기 때문에 키워드들 간의 근접 정도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아이겐벡터중심성이란 연결된 상대방의 중요성에 가중치를 두고 영향력을 나타내는 것이며, 매개중심성이란 하나의 키워드가 다른 키워드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중개자 역할을 얼마나 수행하는지를 나타내는 것이다[17]. 마지막으로 UCINET 6.0의 Netdraw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전체 네트워크의 구조를 살펴보았으며, CONCOR 분석을 통해 텍스트들이 구성하고 있는 군집을 확인하였다. CONCOR 분석은 동시 출현한 단어들의 피어슨 상관관계를 기반으로 유사한 키워드를 군집화하고, 키워드 간 관계 구조를 파악하는 방법으로[23], 본 연구에서는 이를 통해 주요 키워드의 연결성과 군집 구조를 분석하였다.
연구결과
1. 선천성 심장병 아동 가족의 어려움 관련 키워드 빈도 분석 결과
전처리를 거친 후의 키워드 수는 총 2,083개이었으며, 상위 50개 키워드의 TF와 TF-IDF는 Table 1과 같다. TF는 ‘선천성 심장병’, ‘수술’, ‘병원’, ‘초음파’, ‘의사’ 등의 순으로 나타났으나, TF-IDF는 ‘수술’, ‘병원’, ‘초음파’, ‘심잡음’, ‘비용’ 등의 순으로 나타나 TF와 TF-IDF에서 순위의 차이를 보였다. 확인된 키워드를 통해 선천성 심장병 아동의 가족이 심장병의 진단 및 치료 과정에 대한 정보 요구와 비용과 관련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TF-IDF 상위 50개의 키워드를 활용하여 시각화한 워드 클라우드는 Figure 1과 같다.
Table 1.
Term Frequency and Term Frequency-Inverse Document Frequency of Top 50 Keywords
2. 의미연결망 분석 결과
1) 키워드 네트워크 분석 결과
본 연구에서 키워드들 간의 네트워크 특성을 분석하기 위하여 상위 TF 50개 키워드를 Netdraw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연결중심성 값을 반영한 네트워크 연결망을 시각화하였다(Figure 2). 각 노드의 위치는 큰 의미를 가지지 않지만, 전체 네트워크 지도에서 연결정도가 높은 노드의 경우, 다른 노드들 간의 링크를 시각화하기 위해 네트워크 지도의 중앙부에 위치하게 된다. 전체 네트워크에서 ‘선천성 심장병’, ‘수술’, ‘병원’, ‘검사’, ‘초음파’ 등의 핵심어가 전체 네트워크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다. 이는 이러한 키워드들이 다른 키워드들과의 연결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본 연구의 결과 50개 키워드(nodes)들은 총 2,172개의 연결선(ties)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네트워크의 밀도는 0.887, 표준편차 0.317로 나타났다.
2) 중심성 분석 결과
가족이 겪는 어려움에 영향력이 높은 키워드를 파악하기 위한 중심성 분석 지표의 상위 50개 키워드를 Table 2에 제시하였다. ‘선천성 심장병’, ‘수술’, ‘병원’, ‘초음파’, ‘의사’, ‘검사’가 모든 중심성에서 상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이 키워드들이 수집된 텍스트에서 의미 구조나 내용, 맥락을 형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Table 2.
High-Ranked Keywords by Closeness Centrality, Betweenness Centrality, and Degree Centrality using Network Analysis
3) CONCOR 분석 결과
본 연구에서 추출된 키워드 중 상위 TF 50개 키워드를 대상으로 덴드로그램을 참고하여 CONCOR 분석을 수행한 결과 총 4개의 군집을 확인하였다(Figure 3). 각 군집의 명명과 해석은 CONCOR 분석을 통해 구조적 등위성이 같은 각 키워드의 연결중심성을 참고하여 해석하였다.
첫 번째 군집의 총 노드 수는 33개이고, ‘수술’, ‘초음파’, ‘검사’, ‘진단’, ‘눈물’, ‘입원’, ‘중환자실’, ‘성장’, ‘다음 임신’, ‘궁금’, ‘정보’, ‘불안’, ‘정기검진’, ‘약’ 등의 노드가 하나의 군집을 형성하였다. 이는 선천성 심장병의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가족들이 아동의 예후에 대한 염려, 두려움과 의사 결정에 대한 불확실성 등을 경험하면서 다양하고 구체적인 내용의 정보를 수집하고 평가하는 것을 중요한 대처전략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의료기관에서 제공하는 정보나 기존 자료들로는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는 것에서 기인하는 어려움을 다루고 있다. 따라서 첫 번째 군집은 ‘돌봄을 위한 다양한 정보의 요구’로 명명하였다. 두 번째 군집의 노드 수는 7개로 나타났으며, ‘선천성 심장병’, ‘병원’, ‘진료’, ‘추천’, ‘선택’, ‘부탁’, ‘전원’이 하위 군집을 이루고 있었다. 이는 선천성 심장병의 진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이 제한적인 국내에서 아동의 예후에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의료기관이나 의료진을 선택하기 위해 비슷한 경험이 있는 가족에게 추천을 부탁하는 등 의료기관의 선택과 관련된 고민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최선의 결과를 위한 의료 기관의 선택’으로 명명하였다. 세 번째 군집은 ‘건강’, ‘힘듦’, ‘도움’, ‘퇴원’, ‘회복’의 총 5개의 노드가 하나의 군집을 형성하였다. 이는 가족이 가정에서 아동을 양육하는 동안 적정 섭취량의 유지, 위관 영양, 호흡 양상의 관찰 등과 같은 지속되는 복잡한 의학적 요구에서 오는 어려움을 경험하게 되면서 아동이 건강을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에 세 번째 군집은 ‘질환 관리의 어려움과 건강 회복의 불확실성’으로 명명하였다. 네 번째 군집의 총 노드 수는 5개이었으며, ‘비용’, ‘한국심장재단’, ‘감사’, ‘지원’, ‘행복’이 하위 군집을 구성하였다. 이는 심장병 진단 시 가족들이 아동의 예후에 대한 걱정과 동시에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에 대해 걱정과 부담감을 느끼지만, 후원 기관의 지원을 받아 아동이 치료를 받고 회복한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갖고 행복을 느꼈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에 네 번째 군집의 명명은 군집 내 중심도가 가장 높은 ‘비용’을 포함하여 ‘감당하기 힘든 치료 비용과 재정적 지원’으로 명명하였다.
논 의
본 연구는 국내 포털사이트와 SNS 데이터를 활용하여 선천성 심장병 아동의 가족이 겪는 어려움을 탐색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의미연결망 분석을 시행함으로써 가족이 아동의 선천성 심장병 진단과 치료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는 향후 가족을 위한 실효성 있는 중재방안을 마련함에 있어 방향성을 제시하는 기초자료를 제공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
본 연구에서는 주요 단어 출현 빈도, 키워드 네트워크, 중심성 분석 결과 ‘수술’, ‘병원’, ‘초음파’ 등의 키워드가 수집된 텍스트에서 의미 구조나 내용, 맥락을 형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즉, 심장초음파로 진단되는 선천성 심장병은 단순 심장병에서부터 여러 차례 수술이 필요한 복합 심장병까지 다양하나 대부분은 유아기에 1회 이상의 수술이나 시술 등의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24], 아동의 가족들이 겪는 주된 어려움은 치료받을 의료기관의 결정과 수술 등 심장병의 치료에 관한 것에서 기인하는 것을 시사한다. 이런 상황에서 가족들은 선천성 심장병 아동을 둔 다른 가족들의 경험담을 공유 받기를 원하고 이를 통해 정보와 위안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가족의 어려움은 의미연결망 분석 결과 4개의 주제로 확인되었으며, 도출된 주제에 대한 논의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도출된 주제는 가족이 아동의 선천성 심장병과 관련하여 건강 돌봄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다양하고 구체적인 정보를 원하지만, 실제 가족에게 제공되는 정보는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에 관한 것이다. 가족은 아동의 심장병과 관련하여 성장, 투약, 정기 검진, 수술 후 통증 및 중환자실 관리 등 돌봄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 궁금해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보를 조사하고, 전문 지식을 적극적으로 배우고자 한다[25]. 그러나 의료기관에서 제공되는 정보는 선천성 심장병에 대한 해부학적 진단, 병인학, 치료 옵션, 일반적인 수술 과정 및 병원 입원 준비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어[26] 가족이 자신의 상황에 맞게 적용하여 활용하기에는 제한이 있다. 이로 인해 가족의 정보 요구와 제공되는 정보 간에는 간극이 발생하고, 가족들은 추가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 온라인이나 앱을 활용하게 된다[26]. 그러나 온라인 상의 정보는 간혹 부정확하거나 아동의 사망과 같은 절망적인 내용 들을 담고 있을 가능성이 있으며, 부모들은 신뢰할 수 있고 검증된 온라인 자료가 필요하다고 보고하고 있다[26]. 따라서 전문가는 가족의 높은 정보 요구를[27] 이해하고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뿐만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온라인 자료를 선별하여 제공해야 한다[11]. 다른 한편으로 가족들의 온라인 상의 정보 추구 노력은 의료인이 정보 제공 시 가족의 교육 준비도와 선호도를 고려하지 않았을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26]. 실제로 일부 가족들은 심장병 진단으로 감정적으로 힘겨운 상황에서 의료진에게서 제공받은 복잡하고 압도적인 정보들을 기억하기 어려웠으며[27], 그 결과 정보를 얻기 위한 시도를 여러 번 반복해야 했다고 보고하였다[26]. 따라서 정보 제공을 위한 시기와 방법은 각 가족의 고유한 요구 사항에 맞게 개별화되어야 한다[26]. 이를 위해서는 지정된 연락 담당자 또는 코디네이터를 배정받은 것이 도움이 되었다는 가족들의 보고를[26]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가족의 요구에 맞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배치하거나, 가족의 속도에 맞춰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유인물, 비디오나 온라인 자료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11].
두 번째로 도출된 주제는 가족이 아동의 건강 상의 최선의 결과를 위해 치료받을 의료기관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에 관한 것이다. 아동의 심장병 치료를 위해 의료기관을 선택하는 것은 가족이 직면하는 가장 어려운 결정 중 하나로[28] 많은 가족들이 온라인 상 다른 가족의 성공적인 치료 경험을 통해 치료받을 의료기관을 선택하게 된다[11]. 그러나 선천성 심장병은 국내 유병인구가 2만명 이하인 희귀 질환이며, 전체 심장병 수술 중 약 4.2%의 비율[29]을 차지하는 드문 질환으로 온라인을 통한 정보 습득 자체가 제한적이고, 개인의 경험에 의해 제공되는 정보는 투명성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28]. 미국의 흉부외과 학회(The Society of Thoracic Surgeons)와 펜실베이니아 의료비 절감 위원회(Pennsylvania Health Care Cost Containment Council)에서는 의료기관의 선천성 심장병 수술 결과에 대해 공개 보고를 하고 있다. 이와 같이 국외에서는 수술 결과 공개를 점점 더 일반화하고 있으며, 이는 가족이 어디서 누구에게 치료를 받을지에 대한 결정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모든 센터의 결과를 개선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28]. 그러나 국내의 경우에는 국가 전체 수준의 선천성 심장 수술 성과만 보고되고 있어 가족이 의료기관을 결정하는 데 있어 자료의 활용이 제한적인 상태이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향후 의료기관 별 수술 결과에 대한 정보 구축을 통해 가족이 의료기관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겠다.
세 번째로 도출된 주제는 선천성 심장병 진단 이후 복잡한 의학적 요구가 지속됨에 따라 아동이 건강을 되찾을 수 있을 지에 대한 불확실성과 관련된 어려움을 다룬 주제라 할 수 있다. 선천성 심장병은 아동기 전반에 걸쳐 복잡한 의학적 관리와 지속적인 추적 관찰이 요구된다[5,6]. 특히 여러 번 수술이 필요한 아동이나 위관 영양, 단백질 손실 장병(protein losing enteropathy), 성장 및 발달 정체 등의 합병증이 있는 경우 가족이 담당해야 하는 의학적 요구가 더 증가한다[30]. 이러한 요구로 가족은 아동의 일상적인 보살핌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어렵고[30], 이로 인해 끊임없는 자기 희생, 고통스러운 기다림, 걱정 등을 경험하며[31], 미래의 건강 회복에 대해 걱정과 불안을 느끼게 된다[30]. 이 과정에서 가족들은 다른 가족들의 건강을 회복했던 경험담이나 지지로부터 힘을 얻어 아동의 돌봄을 유지하고[26], 가족의 적응을 촉진시켜 나간다[32]. 따라서 간호사는 자조그룹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가족에게 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자조그룹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가족에게는 가급적 신속하게 연결하여 적절한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26]. 더불어 가족은 장기적으로 시기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지켜보고 지지해주는 의료 전문가에 의해 안도감을 갖게 되며, 의료 전문가의 긍정적인 평가를 통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된다[30]. 이러한 전문가에 의한 지지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현재 일부 센터에서 선천성 심장병 아동 가족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는 홈모니터링(home monitoring) 또는 원격감시(telemonitoring) 프로그램이 유용할 것이다. 홈모니터링 프로그램이란 전문간호사가 주축이 되어 보호자와 함께 아동의 상태를 살핌으로써 필요 시 즉각적인 의료 접근을 가능하게 하고, 가족의 불안을 감소시키는 프로그램[33]으로 이를 통해 지역사회에서 지내고 있는 가족은 안정감을 느끼고 아동 돌봄에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도출된 주제는 가족이 경험하는 재정적인 어려움과 지원을 다룬 주제라 할 수 있다. 상당수의 선천성 심장병 아동은 1회 이상의 수술을 받아야 하므로 치료 비용이 높고[24], 발달 지연이나 기타 선천성 이상과 같은 합병증을 동반할 경우 치료의 복잡성과 비용 부담은 더욱 증가하여 전체 가족의 약 35% 정도는 재정적 문제를 겪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24,34]. 더불어 선천성 심장병 아동 중 특수 건강관리가 필요한 아동을 돌보는 가족은 수술비 마련과 같은 재정적 어려움과 더불어 자녀를 돌보기 위해 근무 시간을 줄이거나 일을 중단하면서 발생하는 자기 부담 비용과 급여 감소와 같은 추가적인 부담을 보고한다[34]. 이러한 부담은 가족으로 하여금 수술이 끝난 후에 지속적인 추적 관찰을 중단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11], 아동의 보험 가입 형태와 가능한 지원을 받고 있는지를 확인하여 치료와 관리를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34]. 또한 한국심장재단에서 재정적 지원을 받은 것에 대해 가족은 감사함을 느꼈는데, 2023년 한국심장재단의 지원을 받은 선천성 심장병 아동은 606명으로 전체 선천성 심장병 아동의 10%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35]. 국내 선천성 심장병 아동은 희귀난치성질환자 산정특례, 선천성 이상아 의료비 지원 등의 의료비 지원 사업에 자격을 갖추고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가족은 지원 가능한 사업을 알지 못할 수 있으므로, 모든 의료 전문가는 의료비 지원 사업에 대한 정보 제공을 통해 가족의 재정적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34].
본 연구는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형성된 일부 커뮤니티의 데이터를 개인정보보호 정책 상의 이유로 연구에 포함하지 못했다는 점이 제한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검색 채널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함으로써, 기존 연구에서 확인된 가족들의 어려움을 재확인[24-27,30,31,34] 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 의료기관 등록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존 연구에서 확인할 수 없었던 진단 초기에 치료받을 병원이 결정되기 전 가족이 겪는 어려움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선천성 심장병 진단 초기부터 수술 후 장기적인 의학적 관리가 필요한 시기 까지를 포함한 아동기 전반에 걸쳐 가족이 경험하는 어려움을 파악할 수 있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결 론
본 연구에서는 선천성 심장병 아동의 가족이 진단과 치료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확인하였다. 그 결과 가족은 아동의 돌봄과 관련된 제한된 정보, 치료받을 의료기관의 선택, 복잡한 의학적 요구에 따른 미래에 대한 불안, 감당하기 힘든 치료 비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제언한다. 첫째, 선천성 심장병 아동 가족을 위한 정보는 내용, 시기와 방법 면에서 각 가족의 고유한 요구 사항에 맞게 개별화된 프로그램을 통해 제공할 것을 제언한다. 둘째, 가족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은 치료받을 의료기관 등록 이후가 아닌 지역사회에서 진단이 이루어진 시점에서 시작되어 수술 후 지역사회로 돌아간 이후까지 아동기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제공되어야 할 것을 제언한다. 셋째,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에는 자조그룹의 지지, 재정적 지원 등 가족들이 실제적으로 겪는 어려움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할 것을 제언한다. 넷째, 가족이 치료받을 의료기관을 선택할 때 참고할 수 있는 공식적 자료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을 제언한다. 마지막으로, 가족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이 가족의 개별화된 요구에 맞춰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가족의 교육과 지지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의 배치를 통한 프로그램의 운영을 제언한다.